“성장 경로의 불확실성과 물가상승률의 하방 위험이 다소 높아졌습니다.”
3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브리핑에 나선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말투는 이전보다 한층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한은의 신중 모드는 금통위 공식 문서인 ‘통화정책 방향’에서부터 감지됐다. 통방문에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성장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물가와 관련해서도 “하반기부터 상승률이 1%대 초중반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문구는 유지했으나 “하방 위험은 다소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단서가 붙었다. 각종 경제지표 부진에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던 기존 긍정론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초대형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고개를 든 금리 인하론이 한은의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소수의견도 등장했다. 비둘기로 분류되는 조동철 위원이 금리 인하에 손을 들었다.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문구 추가와 소수의견 등장이라는 두 가지 변화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라는 문구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2.5%)를 소폭 하향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은은 오는 7월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
하지만 이 총재는 금리 인하에 선을 그었다. “소수의견은 말뜻 그대로 소수의견”이라며 “이게 금통위의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아직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금리 인하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종전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도 했다. “앞으로 수출과 투자의 부진 정도가 완화되고 정부의 재정정책(추경 등)에 힘입어 성장 흐름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로 미중 무역분쟁, 7월 성장률 전망 하향 여부, 2·4분기 성장률 실적,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꼽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금리 인하 여부는 결국 미중 무역분쟁과 연준의 태도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10월이나 11월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대외여건 악화 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박형윤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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