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등을 즐기는 해외 팬들의 소비패턴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는 노력이 있어야 K콘텐츠가 지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TV ‘곰TV’를 운영하는 곰앤컴퍼니의 이병기(51·사진) 대표는 K콘텐츠 산업 발전에 데이터와 기술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음악산업 발전’ 대토론회 참석 후 서울경제와 만나 “K팝 해외 팬들로 인해 생성되는 파생 콘텐츠에 국내 미디어 관련 정보기술(IT) 기업의 기술이 접목돼야 트래픽이 더 많이 늘고 수익이 된다”며 “국내 음반사·기획사·음원업체가 보유한 데이터를 기술업체와 공유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곰앤컴퍼니는 지난 3월 K팝 빅데이터 보유기업 한터차트와 함께 K팝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이 대표는 “한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K팝 팬들이 다른 팬들에게 비슷한 그룹·가수를 소개·추천하기도 하는데 이 같은 메커니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미디어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가질 분야”라고 말했다. 곰앤컴퍼니와 한터차트는 K팝 팬들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최고에 도전하는 유망 K팝 아티스트들과도 팬들이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연내 내놓기로 했다.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 사업 도전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곰앤컴퍼니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 중 하나다. 2000년대 초 국내 미디어 시장에 내놓아 주목받은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곰플레이어는 더 이상 주력사업이 아니다. 그는 “아직도 전 세계 곰플레이어 사용 인터넷주소(IP)가 월 500만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만 현재 주류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 주요 비즈니스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전 세계 곰플레이어 이용자들은 잠재적인 K팝 소비자들로 볼 수 있다”며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기술을 녹여 플랫폼 서비스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가 850만명에 이르는 곰TV도 넷플릭스 등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 공세에 위협받고 있다. 이 대표는 “같은 형태의 플랫폼으로 거대자본에 맞선다면 중소기업에는 전략 오류일 뿐”이라며 “현재 콘텐츠 소비성향과 미래에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에 맞는 형태로 영상 콘텐츠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이 대표는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다 지난 1999년 전신인 그래텍을 배인식 전 대표 등과 함께 설립했다. 2017년 사명이 곰앤컴퍼니로 바뀜과 동시에 이 대표가 선장을 맡았다.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과거와 다른 비즈니스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곰TV도 명맥을 유지하면서도 콘텐츠 면에서는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겨울이면 겨울에 맞게 준비하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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