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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샤머니즘 관심...한국무당 꼭 만나고 싶어"

■신작 '죽음' 출간 맞아 한국 찾은 베르베르

죽음과 같은 질문 던질수록

우리는 지적 발전 가능해져

동물·신·영혼 같은 존재들

주인공 내세워 인간 객관화

제 작품 이해하는 한국독자

세계서 가장 지적인 사람들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간 ‘죽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간 ‘죽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방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간 ‘죽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올 때마다 놀라운 경험을 하는 나라이자 제 소설을 좋아하고 이해해주는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신작 ‘죽음’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한파다운 인사말을 건넸다. 기자가 25년전 첫 방한 이후 외모에 변화가 없다고 묻자 “그것이 바로 대머리의 장점”이라며 “더 이상 머리가 빠지지 않고 흰 머리라도 나올 만한데 머리카락조차 없다”고 받아넘겨 웃음을 자아냈다. 그의 한국 방문은 1994년 이래 8번째다. 영화 홍보 때마다 방한하는 톰 크루즈나 휴 잭맨이 ‘지한파 배우’인 것처럼 ‘지한파 소설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개미·고양이·천사 등을 내세워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봤던 베르베르는 이번 신작에서 영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살해당한 작가 가브리엘 웰즈의 영혼은 영매 뤼시와 함께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자신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범인을 찾는다. 그는 소설 제목에 대해 “우리가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스스로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 삶은 무의미하다”며 “이런 내적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질수록 우리는 지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베르는 이어 “인간과는 다른 존재인 동물, 신, 영혼 같은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인간 아닌 주체들을 통해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 나오는 영혼·영매 등은 한국 무속신앙과 유사해 한국인들이 끌릴만한 소재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수많은 영매들과 만났다고 한다. 베르베르는 “죽은 저의 친척과 접신해 ‘그래? 이렇다고?’ 등의 대화를 나누며 메모를 하는 영매도 봤다”며 “보이지 않는 세계라는 ‘새로운 이론’에 심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소설에서 처음으로 저 자신이나 주변 인물들을 차용해 내세우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한 때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 무당을 꼭 만나보고 싶다”며 “샤머니즘이란 것은 내가 큰 관심을 가진 소재로 진실하고 정직한 영매나 무당을 만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 문단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사실주의적, 자전적 요소가 들어가야 공식 문학으로 인정한다”며 “상상력 장르는 진정한 문학으로 바라보지 않고 언론도 잘 다루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젊은 독자들은 저의 소설을 사랑하고 한국에서는 상상력 문학이 공식 인정받고 있는 것이 고무적”이라며 “쥘 베른, 필립 케이디 등도 처음에는 인정받지 못했다가 사후 재평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인공지능(AI)이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프랑스 출판사는 AI 소설가를 만들만한 기술이 아직 없다”며 “당장은 AI가 소설가를 위협하거나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미래 세대는 그런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방한에서 두 번의 대중 강연과 세 차례의 팬 사인회, 인터넷 생중계 방송을 통해 한국 독자들과 만난다. 베르베르는 지난번 방한 때의 후속 소식도 궁금해했다. “한 고등학생이 대학에 가지 못할 거 같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현재 몰두하고 있는 공부나 성적에서 거리를 두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사는 상상을 해보라. 그리고 신체적 경험, 즉 숲을 보는 것과 같은 활동을 해보라’고 권했다. 신기하게도 그 학생은 마지막에 웃기까지 했다. 그 학생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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