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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결문 오류 눈감은 대법관... 자체 정정 '0'

작년 당사자 요청으로 8건 고쳐...직권경정은 집계도 안해

한진중 '무성의 판결문'으로 깜깜이 작성 관행 수면위로

"판결문 공개 않으면서 오류 숨긴다고 권위 서나" 지적도

대법원에 매년 들어오는 상고 사건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대법관의 판결문 실수 정정은 거꾸로 급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소송 당사자의 신청 없이 대법관이 자체적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판결문을 고치는 사례는 아예 집계도 하지 않아 “스스로 성역을 자처하며 사법 불신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이 사건 당사자의 요청으로 판결문을 경정(선고 결론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오류 정정)한 사례는 총 8건(민사 8건·형사 0건)에 그쳤다.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대법원의 판결문 경정 건수는 민·형사 사건 통틀어 매년 20~40건가량을 유지하다가 2016년 14건(민사 14건), 2017년 10건(민사 9건·형사 1건)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상당히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대법원 연간 본안 사건 처리 건수가 2009년(3만102건)보다 56.8% 늘어난 4만7,210건으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는데 대법관들의 실수가 오히려 크게 감소하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법원에 접수된 판결 경정 신청 건수는 2010년 이후 매년 30~50건 내외로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인용 건수는 매년 줄고 있다.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각 지방법원의 민·형사 판결 경정 건수가 총 3만936건, 연간 6,000여건에 달한 점까지 감안하면 대법원 판결만 오류 인정이 극히 적은 셈이다.

더욱이 대법관들이 스스로 오류를 찾아내 직권으로 판결문을 고치는 경우는 기록조차 보관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사소송법 211조는 판결에 잘못이 있을 시 ‘법원의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경정하게 한다. 법령상 보장된 두 가지 경정 청구 방법 가운데 대법원에서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경정만 작동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판결문이 경정되는 경우도 드물뿐더러 대법관들이 직권으로 고치는 경우는 이전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깜깜이’ 판결문 작성 관행은 지난달 23일 선고된 한진중공업(097230)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 ‘무성의 판결문’ 논란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대법원은 당시 최근 10년 내 4조원의 매출도 거둔 적이 없는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을 ‘5조원 내지 6조원 상당’으로 표기했다. 또 5억원 상당의 추가수당 비중을 매출 5조원의 0.1%라며 잘못 계산한 채 판결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법관들은 지난달 16일 결국 판결문을 직권으로 경정하고 당일 선고 예정이던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은 돌연 연기했다.

해당 사건은 실적이 공개된 상장 대기업 판결인데다 언론의 관심이 쏠려 간신히 바로잡혔지만 재무 상태가 공개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의 판결이나 열람이 제한된 일반인들의 판결에 대해서는 이의제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판결문에 오류가 있더라도 항소·상고로 해결할 수 있는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최종심이라 잘못된 수치를 근거로 결정이 날 경우 결론을 되돌릴 수도 없다.

금태섭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대법관 직권 경정 사례만 따로 집계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직권 경정 자체를 전혀 하지 않아 통계가 없다면 그것은 더 문제”라며 “판결문도 전면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류만 숨긴다고 대법원의 권위가 서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판결문에 명백한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법원에서 여러 소송을 진행 중인 기업 입장에서는 감히 대법원에 반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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