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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강요받는 韓...中 편들자니 관세공포·美 손잡자니 '제2사드'

[헤게노미 싸움 노골화...민낯 드러낸 미중전쟁]
中외교부 "韓, 옳고 그름 판단 잘하라" 압박 이어
해리스 주한 미대사도 反화웨이 전선 동참 요구
국내기업 피해 누적 뻔한데 뾰족한 대책없어 골치

  • 황정원,김우보 기자
  • 2019-06-06 17:41:41
  • 통상·자원
선택 강요받는 韓...中 편들자니 관세공포·美 손잡자니 '제2사드'

무역혈투를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결국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며 한국 정부와 기업에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라인(line)에 서라”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한쪽 편을 들면 다른 상대방의 보복조치를 감수해야 한다.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중국 업체는 안보상 문제가 있는 장비와 기술을 제공한다”면서 “신뢰할 만한 5세대(5G) 이동통신 공급자 선택이 중요하다”며 ‘반(反)화웨이’ 전선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화웨이 사용 배제 이슈를 꺼내 든 것이다. 앞서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바람에 따라 동참할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져봐야 한다”며 “판단을 잘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美 요청 거부 때는 한미동맹 흔들, 관세보복 우려=이처럼 요구수위가 높아져도 우리 정부는 기업 간 일에 정부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의존도가 높아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6일 “화웨이 장비의 보완성을 둘러싼 논쟁은 미중 갈등이 지금처럼 심화하기 전부터 제기돼왔던 것”이라며 “미국이 ‘지금 당장 화웨이 장비를 쓸지, 말지 확실히 대답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패권다툼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안하면 어느 한쪽에 줄서기가 어려운 처지”라며 “한국은 미국·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또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중 헤게모니 다툼이 장기화될수록 압박강도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 상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과의 공조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유럽 동맹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요구해온 가운데 한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북한 비핵화 등 한미동맹과 신뢰에 균열이 생길 우려가 있다. 나아가 6개월 미뤄진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통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재차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中, 제2의 사드 보복 위협할 수도=반대로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동참하면 중국의 압박이 기다릴 게 뻔하다. 대표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때처럼 관광제한 같은 보복 조치 등 화웨이 불똥으로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한국인의 상용비자 발급 시 체류일정을 자필로 작성하게 하는 등 심사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중국 내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쓰는 업체에만 보조금을 주는 배터리 보조금 정책, 반도체 반독점 조사 문제가 장기화될 우려도 있다. 다만 사드 사태 때와 달리 중국이 미국에 맞서기 위해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강도 높은 대응이 가능한지가 변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방한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한중 경협을 강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골 깊을수록 기업 피해 누적=미중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국내 기업의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골칫거리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화웨이가 불법 정보탈취 활동을 했다는 근거가 나오면 제재에 동참할 수 있겠지만 그전에는 세계통상규범을 따른다는 원칙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며 “압박이 더 강하게 오는 쪽으로 여기 붙고 저기 붙었다가는 양쪽에서 다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미중 어느 한쪽에 서서 후폭풍을 맞는 시나리오를 차치하더라도 갈등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기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 경제 규모의 절반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사이가 벌어지면 물동량 등이 줄어들 텐데, 그렇지 않아도 수출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와 납품받는 업체를 나눠 피해 규모를 가늠하고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정부도 실용적 관점으로 기업이 알아서 선택한다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김우보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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