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고]그 바다거북은 104세 생일을 넘겼을까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조업 후 버려진 해양플라스틱

해류 따라 떠다니며 생명 위협

무인기 활용 등 단속 강화론 한계

환경교육 병행해 인식 개선할 때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지난 2015년 울산 해양경찰이 부산 기장군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있던 바다거북을 구조했다. 당시 바다거북의 나이는 100세로 추정됐고 해경은 물속에서 2시간 동안 그물 제거 작업을 한 뒤에야 구조에 성공했다. 이 바다거북은 100년의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숱한 생명의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공장 오폐수가 바다로 쏟아져 들어올 때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깨끗한 환경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바다거북은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대형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사육되다 개체 수 회복을 위해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바다거북이 방류 11일 만에 부산 연안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이때 바다거북의 뱃속에는 먹이로 착각해 먹은 해양플라스틱이 잔뜩 들어 있었다. 올해 3월에는 제주해경 소속 경비함정이 마라도 남서쪽 76㎞ 해상에서 앞다리에 천이 감겨 바다에 떠 있는 바다거북을 구조하기도 했다.

바다거북을 괴롭히는 그물이나 로프·낚싯줄·비닐봉지 등은 주로 선박에서 조업을 할 때 발생한다. 이들 해양플라스틱은 오랜 시간 잘게 분해돼 최근 환경 이슈가 된 미세플라스틱이 되기도 한다. 또 육상에서 흘러들어온 플라스틱도 해양 생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작용한다. 2015년에는 코스타리카에서 코에 빨대가 꽂힌 채 발견된 바다거북의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전 세계인이 경악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 운동이 본격화했다.

바다에는 국가 간 장벽 같은 경계가 없기 때문에 해양플라스틱이 해류를 따라 전 세계 바다를 누빈다. 해양 국가들은 해양오염과 관련한 국제협약의 산실인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채택·발효된 ‘선박에서의 오염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플라스틱 등 오염물질에 대한 배출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를 ‘해양환경관리법’에서 수용했는데 이 법 제22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박으로부터 오염물질을 해양에 배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오염물질 중 폐기물을 선박으로부터 배출했을 경우 고의나 과실 정도에 따라 3년이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다만 폐기물의 종류에 따라 바다에 배출할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선박에 특수한 장치가 없는 경우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는 영해 바깥쪽에, 어업 중 혼획된 수산동식물은 어로 구역에, 조개껍데기류나 수저준설토사는 정해진 해역에 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릴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양경찰은 총톤수 400톤 이상의 선박에 대해 폐기물기록부를 점검하거나 순찰을 하는 등 해양플라스틱 투기에 대한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해양 종사자들에 대한 지속적 예방 교육, 홍보와 동시에 앞으로는 무인기를 활용해 공중에서도 감시의 ‘눈’을 밝힐 계획이다. 그러나 해양 종사자들이나 낚시를 즐기는 국민 스스로 인식을 개선하고 실천 의지를 갖는 것이 해양오염을 줄이는 최상의 해결책인 점은 명확하다. 최근 봄철 성어기를 맞아 낚싯배들의 조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목포해경이 가거도 해상에서 낚싯배 검문검색을 위해 접근하자 선내 음주 행위를 숨기기 위해 페트병으로 제작된 소주병을 바다에 던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다거북은 수백 년을 거뜬히 사는 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몇 해 전 해양경찰이 어렵사리 구조한 바다거북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면서 바다를 깨끗하게 하려는 우리의 노력으로 오래오래 살아남아 후손들에게 그 옛날 바다의 이야기를 전해줬으면 한다. 문득 그 바다거북이 아직도 살아 있어 104세 생일을 맞았는지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