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원샷원킬’ 황의조(감바 오사카), 그리고 ‘기성용 후계자’ 백승호(지로나)와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 이강인(발렌시아)까지…. 한국 축구의 앞날이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이란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1대1로 비겼다. 지난 7일 호주와의 평가전(1대0 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던 황의조가 후반 12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고 5분 뒤 자책골을 내줬다. 상대 코너킥이 수비수 김영권(오사카)의 다리를 맞고 들어갔다. 결과를 떠나 황의조의 해결사 자격과 ‘깜짝 카드’ 백승호의 가치를 확인한 알짜 평가전이었다. 여기에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이강인도 벤투호 승선 후보다. 이강인과 백승호가 뒤를 받치고 손흥민과 황의조가 해결하는 그림은 2022년 월드컵 본선과 그에 앞서 9월부터 열릴 아시아 예선에 대한 축구 팬들의 기대를 일찌감치 부풀리고 있다.
지난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 1대0 승리 이후 이란을 이겨보지 못한 한국은 8년여 만의 승리에는 실패했지만 8년여 만에 득점포를 쏘는 데는 성공했다. 답답한 흐름의 호주전과 달리 시원한 한판이었다. 전반에만 슈팅 6개를 날리며 이란의 공세에 맞불을 놓았다. 벤투 감독은 호주전과 다르게 포백으로 돌아와 4-1-3-2 전술을 가동했다.
선제골은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의 발에서 시작해 황의조의 칩슛으로 완성됐다. 후방에서 김민재가 한 번에 긴 패스를 시도했고 이란 수비진이 겹친 사이 황의조가 공을 따냈다. 드리블이 살짝 길어 이란 골키퍼가 달려들었지만 황의조는 골키퍼 대시를 피하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6만여 구름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황의조는 지난해 8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벌써 7골째다.
백승호는 A매치 데뷔전에서 기성용 후계자라는 수식어를 이름 앞으로 가져왔다. 4-1-3-2 포메이션에서 ‘1’의 역할을 맡은 그는 후반 33분 교체될 때까지 노련한 플레이로 만점 데뷔전을 치렀다. 매끄러운 공격 전개와 과감한 롱 패스가 돋보였고 수비 때는 패스 줄기를 끊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FC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성장한 백승호는 지난해 지로나로 이적해 올 1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도 데뷔했다. ‘중원사령관’ 기성용이 올 1월 은퇴하면서 ‘제2 기성용’ 발견이 고민이던 벤투호는 백승호에게서 한 줄기 희망을 확인했다.
에이스 손흥민은 2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다. 전반 막판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후반 종료 직전에도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역시 몸을 날린 골키퍼에게 막혔다. 이란과 역대 전적은 9승9무13패가 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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