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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인간은 자연을 훔치고…제주는 눈물을 훔치다

[제주 괴롭히는 '新三多'…쓰레기]

가연성 쓰레기 하루 100톤 쌓여

지자체 요일별 배출제로 저감 필사적이지만

소각장 처리용량 포화…환경인프라 태부족

쓰레기 배출량 30~40% 관광객 몫으로 분석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등 처리 비용 동참해야





지난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을 찾았을 때는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어림잡아 직경 50m, 깊이 20m 규모의 매립장 구덩이에서 먹이를 찾아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다니는 갈까마귀 울음소리가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한동안 매립이 이뤄지지 않던 이곳에 다시 가연성 쓰레기를 실은 차량이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올 4월부터다. 본래 서귀포시 남원·성산·표선읍에서 발생한 가연성 쓰레기는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북부소각장)로 가져가 태운다. 이미 북부소각장의 처리용량을 초과한 상태에서 3월 소각로까지 고장나면서 서귀포시 3개 읍·면에서 발생한 가연성 쓰레기를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일단 한시적으로 해당 지역 매립장에 파묻기로 했다. 당초 지난달 말까지였던 매립처리 기간은 이달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오는 11월 동복리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준공되면 폐기물 처리 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이번 쓰레기 대란을 겪으면서 도민·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매달 100만명이 넘는 입도 관광객들의 행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라고 씁쓸해했다.

제주시 봉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의 처리 용량이 초과하면서 가연성 쓰레기 수거차량들이 소각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줄지어 서있다.


◇가연성 쓰레기 하루 100톤 이상 쌓여…연말까지 쓰레기 대란 불가피=사실 제주도의 쓰레기 대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동부 지역의 쓰레기를 사흘 동안 수거하지 못해 큰 홍역을 치렀다. 도는 부랴부랴 새로운 쓰레기 매립시설·소각장 건설을 추진했고 2015년 구좌읍 동복리를 후보지로 확정했다. 이듬해부터 공사에 들어가 1차로 매립시설이 올 3월 완공돼 폐기물 반입을 시작했다. 가연성 쓰레기를 매일 500톤가량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은 11월 준공될 예정이다.

올해 말이면 폐기물 처리 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정부의 안이한 행정으로 지역주민들은 큰 불편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어야만 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2000년대 후반 네 곳의 저비용항공사(LCC)가 취항한 후 관광객이 해마다 100만명씩 급증하고 인구도 매년 1만명 이상 늘면서 쓰레기 문제가 발생할 것은 충분히 예견됐다”면서 “지방정부가 인구 및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환경 인프라를 미리 갖추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에서 하루 평균 배출되는 생활쓰레기양은 2014년 976톤에서 2017년 1,312톤으로 25%가량 증가했다. 이 중 음식물 쓰레기와 불연성 폐기물을 뺀 가연성 폐기물은 2013년 하루 195톤에서 2017년 320톤으로 64%나 증가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하루 343톤가량의 가연성 쓰레기가 북부·남부소각장으로 반입되고 있지만 이들 시설의 하루 소각용량은 270톤에 불과하고 실제 처리하는 용량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북부소각장만 하더라도 시설 노후화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가연성 쓰레기가 140톤에 그친다. 이 때문에 하루 90~100톤가량을 압축 포장해 쌓아두는 실정이다.

제주시 회천동 제주회천매립장에 압축포장된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다. 쓰레기 더미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제주=연합뉴스


◇요일별 배출제 도입 등 폐기물 저감·자원순환 노력 성과=그렇다고 지방정부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하느라 다소 지연됐지만 환경순환센터가 연내 본격 가동에 들어가고 광역생활자원회수센터와 광역음식물류폐기물 바이오가스화시설도 2021년 차례로 준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전국 최초로 요일별 쓰레기 배출제도 도입했다. 월·수·금요일에는 플라스틱류를, 화·목·토요일에는 종이류와 불연성 쓰레기, 비닐류만 배출해야 한다. 가연성·음식물 쓰레기와 병·캔류는 매일 배출해도 된다. 배출시간도 오후3시부터 오전4시로 한정해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2006년부터 선보인 폐기물 거점 배출 장소 ‘클린하우스’를 확대해 올 2월 현재 도내 2,318곳에 설치·운영 중이다.

클린하우스 규모를 키운 재활용도움센터도 현재 16개소에서 연내 2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에서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폐가전 배출까지 한 곳에서 깔끔히 처리할 수 있다. 직원 4명이 오전4시부터 자정까지 3교대로 근무하며 분리 수거를 돕고 시설을 관리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제주도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강진영 제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일별 배출제는 불편한 제도지만 지방정부와 도민들 사이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시행될 수 있었다”면서 “관광지 특성상 쓰레기 문제는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지만 선진 정책과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 쓰레기 수거 담당 직원이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클린하우스에서 수거를 마친 뒤 가림막을 가동하고 있다.


◇쓰레기 30~40% 발생시키는 관광객도 책임 느껴야=제주도에서 발생하는 1인당 1일 폐기물량은 1.93㎏으로 전국 평균인 1.01㎏의 2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1인당 1일 폐기물 발생량 전국 1위라는 ‘오명’을 제주도민에게만 뒤집어씌우기도 힘들다. 제주에서 발생하는 30~40%를 관광객들이 발생시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년 1,000만명이 넘는 내국인 관광객이 찾는 제주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발생하는 각종 문제 해결 비용을 지방정부에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는 폐기물 처리뿐 아니라 처리시설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 지원 등 생활환경문제와 관련한 비용으로만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서귀포시만 하더라도 올해 쓰레기 처리비용이 600억원이 넘는다.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의 노력만으로 제주의 쓰레기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에서는 입도 관광객에게 환경보전기여금을 부과하거나 쓰레기를 다량 배출하는 숙박업소와 음식점 등 대형 사업장에 폐기물 처리비용을 차등 징수해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폐기물 처리 비용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제주를 전 국민이 보존해야 하고 더 이상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 이용자나 원인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제주=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서귀포시 서홍동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도우미 직원이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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