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전자법정 구축 사업을 맡아 입찰을 전 직원에게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챙긴 법원행정처 직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법원행정처 전 과장 강모씨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7억2,000만원, 추징금 3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과장 출신 손모씨에게는 징역 10년과 벌금 5억2,000만원, 추징금 1,800여만원을 선고했다. 법원행정처 행정관 유모씨는 징역 6년과 벌금 1억2,000만원 및 추징금 6,000여만원, 부정처사후수뢰 혐의로 기소된 행정관 이모씨는 참작할 사정이 있다는 이유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뇌물을 주고 전자법정 사업 입찰을 따낸 전 법원행정처 직원 남모씨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공무원 출신인 남씨는 2007년 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법원의 실물화상기 도입 등 총 400억원대 사업을 따냈다. 검찰은 이렇게 대규모 사업을 따낸 배경에 남씨와 현직 행정처 직원들의 유착관계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재판에 넘겼다. 수사 결과 법원행정처 현직 직원들은 남씨 회사가 입찰을 따낼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그로부터 뒷돈을 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이들은 입찰 정보를 빼돌려 남씨에게 전달하거나, 특정 업체가 공급하는 제품만 응찰 가능한 조건을 내거는 등 계약업체를 사실상 내정한 상태에서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공무원들은 그 대가로 6억9,000만원에 이르는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법원 공무원들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에 비춰 누구보다 청렴해야 함에도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수수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기까지 하고, 그 대가로 공무상 비밀을 유출해 적극 가담했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법원사업 입찰 담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자백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임직원 3명에 대해서는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내부 정보를 제공한 사람과 대질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백한 것으로, 회유·압박이나 유도신문으로 자백을 받을 성격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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