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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홍상수 이혼 기각'… 법원의 '유책주의' 뭐길래

홍 감독 14일 이혼 청구 3년만에 기각 판결
결정 전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팽팽히 맞서
축출 이혼 방지 위해 1965년 세운 원칙
시대 변하고 선진국 사례 늘며 법조계 논란
"예외 적용 안돼"... 法, 기존 원칙 고수
최태원 SK 회장 이혼소송 영향 관심 쏠려

[서초동 야단법석] '홍상수 이혼 기각'… 법원의 '유책주의' 뭐길래
홍상수(왼쪽) 감독과 배우 김민희씨.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가정법원은 한 부부의 이혼소송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 주인공은 배우 김민희씨와의 불륜설 이후 이혼소송을 낸 홍상수 영화감독이었다. 무려 3년여를 끈 소송이었던 만큼 결과에 대한 사람들의 예상도 제각각이었다. “결혼생활 파탄의 책임이 있는 홍 감독의 소송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이미 파탄 상태에 빠진 혼인관계를 법적으로만 계속 유지한다고 달라질 게 있느냐”는 반박이 팽팽히 맞섰다.

결과는 홍 감독의 완패였다. 사건 담당 법관인 김성진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판사가 홍 감독이 아내 A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홍 감독이 2016년 11월 이혼조정을 신청한 지 2년7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김 판사는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홍 감독에게 있다”며 “홍 감독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서초동 야단법석] '홍상수 이혼 기각'… 법원의 '유책주의' 뭐길래

홍 감독은 1985년 A씨와 결혼해 딸 1명을 뒀다. 그러다 2015년 9월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계기로 주연 배우였던 김씨와 연인 관계를 맺었다. 홍 감독은 이후 2016년 11월 A씨를 상대로 이혼조정을 신청했으나 A씨는 조정신청서와 조정절차 안내서 수령을 거부했다. 결국 이혼조정 신청은 2016년 12월 소송으로 번졌고 홍 감독은 2017년 3월 영화 ‘해변에서 혼자’의 언론배급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와의 불륜 관계를 공식 인정했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A씨가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자 재판부는 2018년 3월 이혼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다. 하지만 합의는 실패했고 다시 소송 절차가 진행돼 지난 14일 최종 결론이 나왔다.

재판에서 쟁점이 된 것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였다. 유책주의란 불륜 등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준을 말한다. 우리 법원은 1965년 이후 줄곧 이 유책주의 원칙을 지켜왔다. 가부장적 사회체제에서 경제권을 쥔 남편이 가정을 파탄 내고서도 아내를 빈손으로 내쫓는, 이른바 ‘축출 이혼’을 막기 위해서였다. 2015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체 대법관 13명 중 7명의 찬성으로 기존 유책주의 원칙 고수를 재확인했다.

반면 파탄주의는 사실상 혼인이 파탄 난 가운데 유책 배우자의 상대방이 무작정 버티는 경우 예외적으로 이혼을 인정해주는 원칙이다. 근거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사유의 하나로 규정한 민법 제840조 6호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이 제도를 택하고 있다. 다만 위자료나 재산분할에 있어 유책 배우자에게 불리함을 더해 파탄 책임을 보완한다.

법조계에선 홍 감독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재조명됐다. 법원이 유책주의 원칙을 뒤집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시대가 변한 만큼 파탄주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나왔다. 홍 감독 이혼소송에서 홍 감독 측은 파탄주의 입장을, A씨 측은 유책주의 입장을 대변했다. 만약 기존 판례를 깨고 파탄주의가 받아들여진다면 사회적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었다.

고심을 거듭한 법원의 결론은 결국 ‘유책주의 원칙의 재확인’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상 파탄주의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려면 △축출 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뤄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책임과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돼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중 최소한 하나라도 해당이 돼야 한다. 그러나 홍 감독은 이중 어느 기준도 충족하지 못했다. 김 판사는 홍 감독 사건에 대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이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논란은 최 회장 사건에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역시 2015년 12월 내연녀와 혼외자가 있다고 공개한 뒤 이혼을 청구했지만 노 관장은 이혼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이혼조정에 실패해 정식 소송절차를 밟게 됐다. 첫 변론기일은 다음달 26일 열린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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