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미래 기술에 소외된 소수자 그렸죠"

'우아한 SF 소설 계보' 잇는 작가로 주목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첫 소설집

과학공상(SF)소설 작가 김초엽이 18일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동아시아

“미래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 발전으로 세계가 어떻게 달라지고 개인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또 기술이 만든 새로운 타자들의 등장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싶었어요.”

공상과학(SF) 소설가로 한국 문단이 주목하는 김초엽(26·사진) 작가는 지난 18일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포스텍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이야기로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 7편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유전자 선택이 가능해진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완벽함이라는 범주에 속하지 못해 밖으로 밀려난, 즉 ‘새로운 타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그는 “예전부터 페미니즘을 비롯해 사회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후천적 청각장애인인) 제가 소수자이기 때문에 소수자성을 가진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을 주인공을 내세웠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함에도 사회적으로 늘 소수자이자 주변인이다. ‘재경 이모’는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스펙이 화려하지 않는 데다 여자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지만 좌절하거나 낙담하지 않는 인물이다. 이는 소수자도 새로운 승리 역사를 써갈 수 있다는 은유로 읽힌다. 주류 세계와 단절되고 고립된 여성이 어떻게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김 작가의 소설은 순수문학으로서도 가치가 충분하지만 SF 소설로서의 미학을 가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SF 작가로 규정한다. 김 작가는 “SF 소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학은 아마도 경외감일 것”이라며 “SF가 아니라 순문학 소설로 읽어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학부·대학원 시절부터 과학 칼럼을 써온 탓인지 그가 풀어 놓는 과학 이야기는 이해하기 쉽다. 김 작가는 앞으로 전업 작가의 길만이 아니라 다른 과학 관련 일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한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감각을 남기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작품을 쓸 것”이라고 전했다. /연승기자 [e-mail] 사진제공=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