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유발하는 가짜 허기는 음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과식만 유발할 따름이다. 사람들이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가짜 식욕에 속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중략) 워낙 많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 위장에까지 가짜가 침투한다는 사실은 정신을 버쩍 들게 만드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간 ‘퇴근길 인문학수업- 관계’에 나오는 ‘과식 사회’의 내용 중 일부다. 지난해 출간된 ‘퇴근길 인문학수업’ 시즌 1(멈춤·전환·전진, 전 3권)에 대한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시즌 2(전 2권)의 첫권 ‘관계’가 나왔다. 두번째 책은 오는 9월 출간 예정이다. 시즌1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7년째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을 근간으로 기획한 단행본 시리즈다. 서울시민과 청소년 10만여명이 수강한 강의 내용을 대학교 커리큘럼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이번에 나온 시즌 2는 ‘인문학은 어떻게 나의 삶이 되는가’라는 궁금증에 초점을 맞췄다. 인문학은 어렵고 추상적인 학문이 아니라 모든 이의 삶에 스며들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보편타당한 교양이자 지혜라는 명제에서 출발했다. 시즌 2에서 ‘관계’라는 키워드는 그렇게 나왔다. ‘관계’편에서 다루는 강의는 자연스럽게 ‘나’를 향하고 있다. 자존감을 되찾고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데 필요한 주제로 1인 생활자, 개인과 사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같은 커리큘럼 아래 12개의 강의가 촘촘히 짜여있다.
책은 ‘인문학이 내 삶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를 묻는 독자에게 건네는 한 권의 교양서가 될 것이다. 첫 번째 커리큘럼 ‘1인 생활자’는 ‘자존감’과 ‘다름’에 주목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가 전면에 나서서 무엇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지 이야기한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는 자존감이 무엇인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심리적, 정신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결국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했다.
두번째 커리큘럼 ‘개인과 사회’는 과식사회, 콤플렉스, 가족 갈등처럼 삶에서 구체적으로 맞닥뜨리는 현상을 다룬다 .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는 심리학자의 질문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왜소해지는 직장인과 폭력적으로 돌변하는 가장 이라는 두 얼굴로 살아가는 이 시대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도 나온다. 마지막 커리큘럼 ‘소확행’은 취향, 뇌과학, 여행처럼 지금 나를 움직이게 하는 주제를 논한다. 현대인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인지, 뇌과학을 통한 현대인의 강박증의 정체와 행복에 이르는 길을 소개한다. 아울러 개인주의화 되는 세상에서 ‘다름’을 이해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해가는 데 힘이 되는 주제를 실었다.
이 책은 ‘퇴근길’이라는 시간에 맞춰 독서패턴을 제안하고 있다. 길지 않은 호흡으로 단단하게 구성한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일주일이면 하나의 인문학 강의를 완독할 수 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적당한 분량에 쉬운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멈추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짧은 문장 속에 깊은 생각거리가 숨어있어 때로는 책장 속에 손을 파묻고 멍하니 세상과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그동안 속도를 미덕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생각하는’ 책 읽기를 유도한다. 책은 사회 속의 ‘나’를 되돌아보고 ‘나’와 ‘너’의 좀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하게 만들 것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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