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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 시절 독립운동 헌신…경찰의 뿌리는 '巡査' 아닌 '殉死'

[경찰팀 24/7]

☞임시정부 100년, 경찰 뿌리찾기 운동

초대 경무국장 김구 선생서부터

수많은 무명의 의경대원들까지

일제 요인 암살 등 구국활동 펼친

경찰 출신 독립운동가 125명 발굴

국가 헌신하고도 자료부족 이유로

10명 중 3명은 유공자 인정 못받아

1920년 임시정부 신년축하회에 초대 경무국장 김구(왼쪽 첫번째) 선생을 비롯해 경무국 소속 경찰인 김희준, 장원택, 차원여 등이 임정요인들과 함께한 모습./사진제공=경찰청




백범(白凡) 김구 선생은 지난 1919년 8월12일 상하이 임시정부 내무부 산하에 경무국이 신설되자 초대 경무국장(현 경찰청장)을 맡아 경찰에 투신했다. 총 20여명으로 출발한 경무국은 주로 임시정부 요인 경호와 일제의 정탐방지, 정찰 및 위생사무 등을 수행했다. 이후 경무국은 임시정부 내에서 경무사·의경대·경위대·경무과로 명칭을 바꾸며 군자금 모집, 청사경비, 교민보호 등으로 업무 범위를 넓혔다. 사실상 임시정부 체제에서의 경찰조직은 독립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김구 선생은 자서전 ‘백범일지’를 통해 “남의 조계지에 붙어사는 임시정부니만치, 경무국 사무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통 경찰 행정과는 달랐다”며 “주요 임무는 왜적의 정탐활동을 방지하고, 독립운동자의 투항 여부를 정찰해 왜의 마수가 어느 방면으로 침입하는가를 살피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의경대원, 윤봉길 의사에 폭탄 전달했다가 옥고=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경찰청은 ‘경찰 뿌리찾기 운동’의 하나로 경찰관 출신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이 발굴한 임시정부 체제에서 활동한 경찰관은 모두 125명이다. 김구 선생부터 의사이면서 의경대원으로도 활동한 유상근(1910~1945) 선생까지 수많은 이들이 경찰관으로서 구국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당시 활동했던 대부분의 경찰관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임시정부 의경대원인 김석(1910~1982) 선생은 1932년 도시락형 폭탄을 구입해 윤봉길 의사에게 전달했다가 폭탄 의거 직후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항일독립운동단체인 한인애국단 단원이자 의경대원이던 이덕주(1908~1935) 선생은 1932년 김구 선생의 지시로 조선총독을 비롯한 일본 요인 암살작전을 펼치다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다 숨을 거뒀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정부 시절 경찰 보직은 직업적 성격보다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동일인이 복수의 직책을 겸직하거나 독립운동단체 등에서 중복으로 활동한 사례가 많았다”며 “임시정부 체제에서 활동한 경찰관들은 경찰이라는 사실만으로 사실상 독립운동가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임시정부 시절인 1941년 10월부터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경위대원들이 중국 충칭 일대를 정복을 입고 순찰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 39명=경찰은 광복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민주화운동 근거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일제 경찰에 의해 옥고를 치르던 이들이 광복 후에는 경찰로서 국민 보호에 앞장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군사정권과 맞서 경찰을 그만두거나 계엄군의 발포 명령을 거부한 영웅들도 있다.

안맥결(1901~1976) 전 총경이 대표적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딸이기도 한 안 전 총경은 광복 이후인 1946년 미 군정 하에 제1기 여자경찰간부로 임용돼 1961년 국립경찰전문학교 교수를 마지막으로 15년간 경찰에 몸담았다. 안 전 총경은 정년을 앞두고 군사정권의 합류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되기 전 안 전 총경은 임시정부 군자금 모금책을 담당한 여성 독립운동단체 결백단의 단원이었다. 그는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일제에 체포된 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옥고를 치렀다.



한국전쟁 전후로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 위기에서 구한 문형순(1897~1966) 전 제주 성산포경찰서장도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이다. 1947년 제주청 기동경비대장으로 입직한 문 전 경감은 1950년 제주에서 예비검속자에 대한 계엄군의 총살명령을 거부하는 등 총 278명의 주민의 생명을 보호했다. 문 전 경감은 1919년 만주 신흥무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의용군을 시작으로 임시정부 광복군 등에 소속돼 독립운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이들도 많다. 1924년 학생운동을 벌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항일단체인 신간회 활동을 한 박노수(1907~1986) 전 총경, 일본 나고야에서 비밀결사 독립운동단체 민족부흥회 활동을 하다 경찰에 입직한 이상문(1924~1997) 전 경사 등 지금까지 발굴된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만도 39명에 달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순사’로 불리며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던 해방 후 경찰 중에는 독립운동 활동을 하다 경찰로 활동했던 분들도 많다”며 “경찰의 뿌리가 일제 경찰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경찰로 국가에 헌신한 인물들을 재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시정부 내 경무국에서 경찰로 활동하며 독립운동을 한 경찰과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 해방 이후 경찰에 투신한 이들 중 미서훈된 5인. 김희준(왼쪽부터), 장원택, 차원여, 박노수, 이상문./사진제공=경찰청


◇독립운동보다 더 어려운 유공자 인정…10명 중 3명은 인정 못 받아=안 전 총경은 지난해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건국포장을 받았지만 그가 여성 독립운동가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안 전 총경의 유족은 지난 2005년부터 정부에 서훈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독립운동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투옥 기간이 3개월 미만이라는 점도 문제가 됐다. 당시 안 전 총경은 만삭의 몸으로 고문을 견뎌내다 한 달 반 만에 가석방됐다. 지난해 경찰청이 안 전 총경이 결백단 단원이었다는 사실이 기재된 흥사단 입단 이력서를 발굴하면서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임시정부에서 경찰관으로 활동하거나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다 경찰에 투신한 이들 중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 못한 이들은 총 49명이다. 경찰청이 새로 발굴한 독립유공자 경찰관 164명의 29.8%에 달하는 수치다. 임시정부 경무국 시절 경호원 및 의경대원 이민달, 연통제 시절 경감인 김시찬·독고찬, 임시정부 교민단 출신 이운환, 임시정부 경위대 출신 박수복 등이다. 이들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거나 공적자료 부족 등으로 임시정부 출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업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출신 경찰관 중 문 전 경감 등 4명도 아직까지 공적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안 전 총경의 차남인 김선영(80)씨는 “그동안 종로경찰서·서대문형무소 등을 찾았지만 증거 자료가 부족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독립운동가들 중 후손이 없거나 후손이 있어도 가정형편 등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일이 많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경찰에 몸담았던 미서훈자들에 대한 추가자료 확보를 통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국가보훈처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상설 조직인 경찰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TF팀’을 정식 직제화하고 추가 발굴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또 임시정부 경찰사를 역사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올해 국제학술세미나도 개최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임시정부 시절부터 활동해온 경찰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일은 경찰의 뿌리가 일제 경찰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온 경찰의 뿌리를 제대로 알리겠다는 취지”라며 “미서훈 경찰의 독립유공자 서훈 등 선배들의 활동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최성욱·김지영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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