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초동 야단법석] 권위 탓에 법조계가 내려놓지 않는 일제 잔재 두 가지?

서초동에 남은 일본 잔재…법원·검찰의 권위와 관련된 속사정 때문

법원과 검찰의 건물이 나란히 붙어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 유물

해방 이후 사법부, 등기관리 포기하지 않아…삼권분립 위배 지적

나란히 배치돼 있는 서울서부지방법원(왼쪽)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법조계라고 불리는 핵심 기관은 모두 서울 서초동에 자리하고 있다. 사법부의 최고 기관인 대법원과 행정부 내에 검찰조직 최상위 기관인 대검찰청이 앞뒤로 둥지를 틀고 있다. 양 기관 산하에 일선 법원과 검찰청 가운데 전국 최대 조직인 서울고등법원과 지방법원, 서울고등검찰청과 지방검찰청은 길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변호사 회원을 보유한 서울지방변호사회도 근처에 있다.

이 같은 환경에 대한민국의 법조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가장 뛰어난 법원과 검사, 변호사가 서초동에 대거 몰려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사회 분야에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이슈에 대해 법률적 처벌과 판결을 내리는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들이 모여 있는 서초동에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두 가지가 남아있다. 이곳의 엘리트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생활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 조직의 권위와 관련된 속사정 때문이다.



일제 시대의 두 가지 잔재로는 우선 법원과 검찰의 건물이 나란히 붙어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64개 모든 검찰청은 법원 바로 옆에 있다. 법원과 검찰청을 나란히 한 울타리에 들어서게 건물을 배치했다. 대부분 건물의 모양과 높이마저 똑같아 왼쪽이 검찰인지 오른쪽이 검찰인지 인근에 사는 주민도 헷갈린다. 많은 시민들은 검찰과 법원이 같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 같은 배치는 일제강점기 시작된 것이다.

조선총독부는 재판소에 검찰청을 ‘병치’(나란히 설치)하도록 했다. 당시 일본은 1890년 시행된 메이지헌법에서 삼권분립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행정기관인 사법성 아래 재판소와 검찰국을 두었다. 이 때문에 재판소와 검찰국이 같은 건물에 있게 됐다.

일제강점기에 비롯된 악습으로 이제는 일본에서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일본은 패전 이후 검찰청과 재판소가 한동안 비슷한 위치에 있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떨어지기 시작했다. 같은 장소에 있는 검찰청과 재판소라고 해도 방향이나 건물 모양은 완전히 다르다. 예컨대 일본 오사카 지방검찰청은 오사카 지방재판소와 다른 곳에 있다. 일본의 또 다른 대형청사인 교토지방검찰청과 교토지방재판소도 다른 구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법원과 검찰청이 외관상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큰일 날 것처럼 식민잔재를 답습하고 있다. 당장 2019년 개원한 수원고법 청사를 영통동에 독립건물로 세우기로 했다가 계획이 백지화됐다. 청사부지는 법원청사 하나 들어갈 크기였지만 검찰에서 ‘법원과 연이어 검찰청사를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을 이전할 때마다 검찰이 바로 옆에 똑같은 높이로 청사를 짓고 있다”며 “일반시민들에게 낯익은 풍경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재판과 수사를 비슷한 작용으로 오해하게 만들기 위한 검찰 권력의 의도가 숨겨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 전경.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시대의 또 다른 잔재는 법원이 담당하고 있는 호적 및 부동산 등기 관리다.

호적과 등기업무는 엄연한 행정사무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조선고등법원에서 갖고 권한을 해방 이후에도 사법부가 내려놓지 않고 호적과 부동산 등기 등의 관리를 지속하고 있다. 행정부가 전담해야 하지만 사법부의 법률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업무를 이관하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사법부 스스로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원24’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나뉘어 각각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호적사무의 경우 법원이 권한은 갖고 있고 기관위임을 통해 호적신고와 접수, 기재, 등초본발급 업무만 시·군이 맡도록 하고 있다. 이를 행정부의 행정안전부가 총괄하고 있다. 부동산 등기도 법원이 사실상 전담해서 관리하고 있다. 토지(임야)대장과 건축물대장은 시, 군, 구에서 관리하고 부동산등기부는 법원행정처로 나눠 관리하는 이원화 탓에 상호연계가 긴밀히 이뤄지지 않아 오류가 빈번하고 발생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등기업무는 엄연한 행정사무인데도 법원이 넘겨주지 않고 있다”면서 “등기사무의 법원 독점은 일제 시대의 잔재이며 법무사의 일거리를 확보하려는 이기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