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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휴가도 국정운영 연장선...'일캉스' 떠나는 대통령

YS,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청남대 구상'

文대통령, 동계올림픽 관심 위해 평창行

박정희 때 지은 저도의 '청해대'

박근혜 취임후 첫 휴가지로 선택

전두환·노태우·DJ '청남대' 사랑

MB·문재인은 군부대시설 이용

대통령 읽은 책들 인기 끌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1일 휴가를 맞아 찾은 계룡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지난해 여름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휴가차 찾은 장태산 휴양림은 이후 월평균 관광객이 4,500명이나 늘어났다.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책 ‘명견만리’를 읽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마자 해당 책의 판매량은 전주 동기 대비 18배나 급증했다. 심지어 ‘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셀러’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대통령 휴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의 휴가는 ‘휴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휴가는 국정운영의 연장이다. 방문지역이나 탐독서적, 휴가 때 공개하는 사진 등 사소한 것에도 국정 어젠다나 정치적 메시지가 녹아 있다. 2017년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맞은 여름휴가 첫날 ‘평창행(行)’을 택한 게 대표적인 예다.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홍보전략의 일환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울산을 방문해 지역 경제 활성화의 메시지를 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3년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휴가를 보낸 후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해 ‘청남대 구상’이라는 말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휴가를 보내는 걸까.

역대 대통령의 휴가지는 주로 경남 거제의 청해대나 청주의 청남대였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된 청해대는 ‘바다의 청와대’,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3년 준공된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청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쉴새 없이 정국을 구상하는 셈이다.

청해대는 거제시 저도에 있다. ‘저도’는 돼지가 누워 있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때와 한국전쟁 당시 일본군과 연합군의 탄약고로 쓰이다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차 방문하면서 대통령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저도를 즐겨 찾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아예 이 섬에 청해대를 짓고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족·경호원들과 함께 청해대에서 휴가를 보내며 사격·골프·수영 등을 즐겼다고 알려졌다. 이때의 추억 때문인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한 뒤 첫 여름휴가를 저도에서 보냈다. 당시 그가 해변에 ‘저도의 추억’이라는 글씨를 쓴 사진이 공개되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지어진 청남대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 많은 대통령에게 사랑을 받았다. 전 전 대통령이 1981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대청호의 빼어난 경관에 반해 ‘이런 곳에 별장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며 건립을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는 청남대에서 축구·수영·골프·낚시 등 스포츠를 즐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매년 청남대를 찾아 매일 2㎞ 정도 되는 조깅 코스를 뛰며 건강을 챙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수습을 위해 휴가를 반납한 1998년 취임 첫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청남대에서 주로 독서를 하며 여름휴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남대는 2003년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저는 이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린다. 사사로운 노무현을 버리기 위해서”라며 충북도에 소유권을 넘기면서 현재 대통령 테마파크가 됐다. 거제에서 태어난 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저도 반환’을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거제시·행정안전부·국방부가 참여한 ‘저도상생협의체’는 오는 9월부터 1년간 저도를 시범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군 부대시설도 대통령 휴가지로 자주 이용된다. 휴식과 업무를 병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을 뿐 아니라 경호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외교·안보와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청남대를 민간에게 개방한 후 마땅한 휴가지가 없던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 여름휴가의 행선지로 대선 유성 관광특구에 있는 계룡스파텔을 택했다. 1959년 육군 군인휴양소로 문을 연 이곳은 2000년 신축·개장해 현역 군인과 예비역의 복지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첫 여름휴가를 진해 해군 휴양지에서 보냈다. 문 대통령도 2017년 여름휴가 첫날을 강원도 평창에서 보낸 후 진해 해군 휴양지를 찾아 인근의 잠수함사령부와 안중근함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의 연차는 총 21일이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6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은 최대 21일의 연차를 쓸 수 있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연차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했지만 정작 본인은 바쁜 일정으로 지난해 21일 중 12일만 사용했다. 청와대가 직원들에게 휴가 일수의 70%를 의무소진하라고 독려했지만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취임 첫해에도 연차 14일 중 8일(57%)밖에 쓰지 못했다. 연차가 14일이었던 것은 2017년 대선이 조기에 치러져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연차는 19.5일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경북 경주에서 봄철 모내기 행사를 마치고 반차휴가를 썼고 북유럽 3개국 순방에서 귀국한 다음날인 17일 하루 연차를 내고 휴식을 취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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