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외국투자기업들이 우리 정부에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적용을 유예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화학물질 등록에 드는 비용에 대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강화된 환경규제가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를 망설이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외투기업은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이같이 건의했다. 외투기업 관계자는 “화평법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외투기업에 대한 화평법 적용을 유예하거나 유예하지 않는다면 복잡한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비용과 인력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외투기업들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국내 기업들이 지나친 환경규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그만큼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남발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개정된 화평법은 화학물질을 연간 1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하는 업체의 화학물질을 등록을 의무화한다. 물질명이나 제조·수입량 등의 사전신고 기한은 오는 30일까지다.
화평법 시행에 대해서는 외투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 역시 부담감을 나타낸 바 있다. 국내 화학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화평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신고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외국계 기업들도 이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 제조사로부터 화학물질을 수입하는 기업의 경우 외국 제조정보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투기업들은 입지 문제 등에서도 규제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투기업에 한해서는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 본부장은 미국계 외투기업에 “제조업 투자를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에 대해 기대를 가져주시고 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달라”며 “올해 외국인 투자 실적은 1·4분기에는 다소 저조했으나 2·4분기에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5년 연속 200억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의 회장, 데이비드 럭 유나이티드항공 지사장, 장화진 한국IBM 사장, 정재희 포드코리아 사장 등 외투기업 대표 10여명이 참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은 투자규모가 최근 10년간 단일국가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중(23%)을 차지하는 등 국내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며 “이들에 대해 현금지원을 포함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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