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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재 韓 수출 규제"…日 '경제 급소' 겨냥 보복

산케이신문 "이달부터 시행" 보도

정부, 긴급 회의 개최 대응안 논의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오사카=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수출 규제 품목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일본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정부의 코리아 패싱에 이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며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수정해 TV·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부품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 ‘리지스트’ 및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총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7월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방안을 1일 공식 발표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한국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우대조치를 취해왔지만 앞으로는 계약별로 정부에 수출 허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허가신청과 심사에는 9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출 규제의 대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에칭가스 등은 일본 업체가 세계 수요의 약 90%를 생산해 해당 규제가 시행되면 우리 반도체 및 가전·디스플레이 업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일본이 결국 부품소재 카드로 우리 기업을 압박해 우리 정부에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무대응 전략을 견지해온 우리 정부의 패착”이라며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보도 전부터) 일본 측에서 수입 규제를 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와 경계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일본 측이 실제 규제를 시행한다며 공식적으로 통보한 바는 없다”고 당혹스러워했다.

/박민주기자 세종=김우보기자 parkmj@sedaily.com

[日 “반도체 소재 등 韓 수출 규제”]

수출 건별로 日정부 허가받아야

韓 반응보면서 공급조절 가능성

무역분쟁·업황침체에 설상가상

기업들 “대체재 마련 안돼” 非常



“찔끔찔끔 허용 길들이기” 우려도





30일 국내 기업들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제조공정에 쓰이는 주요 화학물질의 수출을 허가제로 바꿨다는 현지 보도의 진위파악 및 영향 분석 등으로 온종일 분주했다. 특히 이번 규제 대상인 TV·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사진 공정 시 코팅 막을 씌우는 사진 감광액 ‘리지스트’, 반도체 웨이퍼의 세정 및 식각 공정에 필요한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는 공히 일본의 전 세계 공급량이 최대 90%에 가깝다. 일본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일본 정부가 맘먹고 공급 통제에 나설 경우 손쓸 방도가 사실상 없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가뜩이나 메모리 업황 악화, 무역분쟁으로 인한 비즈니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의 ‘원자재 공급 몽니’마저 현실화되면 설상가상의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화학물질 수출 허가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며 “원자재 국산화, 수입선 다변화, 재고 등으로 대처하기에는 일본 의존도가 커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건별로 일본 정부 허가받아야=그간 우리 기업들은 불화수소 등을 수입할 때 수출 허가 신청을 따로 하지 않았다. 바로 우리나라가 미국·영국 등과 함께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화이트(백색) 국가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케이에 따르면 이번에 일본 정부가 대법원의 징용 판결을 문제 삼아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업체들은 해당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신청, 심사 등에 90일가량 걸린다.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중국이 희토류라는 원자재를 무기화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처럼 일본 정부도 우리 정부를 압박할 카드로 세 개 원자재의 수출 승인이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도는 오는 7월4일부터 시행된다. 우리 기업들은 주요20개국(G20) 회의가 끝나자마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에 나서는 점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터질 게 터진 셈”이라면서도 “일본이 뒤통수를 치듯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 독점 공급 가까워 ‘속수무책’ 될 수=기업들은 일본 제재의 영향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불화수소만 해도 일본의 모리타·스텔라 등에서, 리지스트는 신에쓰 등에서 거의 대부분을 공급받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경우 국내 업체와 미국·유럽 등지에서도 리지스트 및 불화수소를 들여오고 있지만 일본 제품이 고품질인데다 점유율도 높아 대체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설사 (국내 기업이) 대체재를 구한다 해도 물류비가 더 비싸지고 일본의 공급 제한으로 원자재 가격도 뛸 수밖에 없어 혼선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쪽도 걱정이 크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종류가 워낙 많아 규제 대상의 폭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대형TV· 스마트폰 패널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플라스틱유기발광다이오드(P-OLED)에 많이 쓰이는 종류도 있고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많이 사용되는 종류도 있는데다, 제품마다 스펙이 다양해 얼마만큼 피해가 있을지 정확한 파악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상 P-OLED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대형 OLED라면 LG디스플레이의 피해가 커진다. 연쇄적으로 삼성전자·LG전자의 TV 및 스마트폰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주면서까지 막무가내로 이번 규제를 활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우리로서는 이번 카드가 실제 양국 기업의 경제적 피해보다는 참의원 선거(7월21일)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임원은 “일본 정부가 일부 물량의 수출을 찔끔찔끔 허용하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과 정부 길들이기에 나설 수 있다”며 “기업들로서는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봤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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