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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남·북·미 3자회담의 ‘진짜’ 의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前 외교부 차관

트럼프 이벤트-김정은 실익챙겨

'빅딜' 아닌 '스몰딜'로 종결 우려

'부분 비핵화' 막을 대책 세워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1년 12월 집권 후 안보문제와 관련해 두 차례의 결정적 실수를 범했다. 하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2016~2017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은 핵·미사일 실험 같은 전략 도발을 할 때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2006년 1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 2009년 2차 핵실험을 할 때까지 일정 시차를 두고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2013년 3차, 2016년 1월 4차 핵실험까지는 김정일과 시차가 비슷했으나 8개월 후 2016년 9월에 5차, 1년 뒤 2017년 9월에 6차 핵실험을 단행해 집중적으로 도발했다. 장거리는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도 2017년 하반기에 집중됐다. 속히 핵·미사일 고도화를 해놓고 미국과 담판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에 ‘집중적’ 전략도발을 한 것이다. 이는 결국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중국이 반대할 수 없게 만들어 북한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에 직면하게 됐다.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실수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유엔안보리 제재 중 핵심적 결의 5개의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종전선언·연락사무소·안전보장 등 다른 의제는 일절 거론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제재 해제에만 ‘올인’한 결과 그전까지 대북 제재에 효과가 있는지 반신반의했던 미국에 확신을 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빅딜’을 요구했고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자 회담은 결렬됐다. 북한으로서는 뼈아픈 전략적 실책이었다. 하노이 이후부터 미국은 ‘빅딜’로 입장을 굳혔고 대북 제재는 지속됐다.

그러나 올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이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며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후 한국을 방문하는 그를 북한 쪽으로 ‘유혹’한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을 비무장지대(DMZ)로 불러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지만 그의 재선을 위한 ‘이벤트’에 출연해 실질적 대가를 챙긴 사람은 김 위원장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배려로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했다. 지금까지 김 위원장이 바라던 진정한 의미의 ‘톱다운’ 방식 회담이었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에서 구긴 체면을 만회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재를 뿌릴 수 있는 협상카드를 확보했다. 큰 입장변화 없이도 ‘스몰딜’을 관철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이미 판문점 남북미 3자 회동을 통해 미국 국민의 기대를 높여놓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 김 위원장이 스몰딜을 요구할 경우 2017년을 달군 ‘화염과 분노’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다.



곧 재개될 미북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영변 핵 폐기와 경제제재 완화를 맞바꾸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 영변 핵 폐기에 (별 의미 없는) 알파(α)를 더해주는 선에서 타협하려 할 것이다. 미국 측 실무진은 (A에서 시작해 F로 끝나는)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를 신속히 이행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을 박차고 다시 벼랑 끝 전술로 버틴다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참모들은 강공을 주문할지 모르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재선에 어떤 영향을 줄지부터 생각할 것이다. 재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북한의 제안을 ‘적당히’ 받아들일 확률이 높다.

만일 북핵 문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부분적 비핵화’로 사실상 종결되는 것이다. 남북미 3자 회동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앞당긴 것처럼 착각하지 말고 부분적 비핵화를 막을 수 있는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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