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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양대축 모두 '女리더'…일각선 "獨佛 밀실 인선"

폰데어라이엔 獨 국방장관

EU 수반 집행위원장 낙점

IMF 수장 佛출신 라가르드

드라기 후임 ECB 총재로

EU 지도부 주고받은 獨佛

화해했지만 회원국 배제 비판

융커 "대표후보제 파괴 유감"

양국에 제동 움직임 나올수도





유럽연합(EU)의 양대 요직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가 정해지면서 내홍을 겪어온 EU 지도부 인선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핵심 인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독일과 프랑스는 ‘윈윈’을 이룬 이번 인선을 통해 앙금을 해소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합의 도출 과정에서 양국이 다른 EU 회원국들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정치적 계산을 주고받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계기로 EU 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력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앞으로의 EU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일(현지시간) EU 정상회의는 3일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후임으로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내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장관과 라가르드 IMF 총재가 공식 취임하면 사상 처음으로 EU의 핵심 보직 5곳 중 2곳이 여성으로 채워지게 된다. 영국 가디언지는 “EU 최고 핵심 권력기관에서 60년 이상 이어진 남성중심 문화가 무너졌다”고 평가하며 이번 인선에 의미를 부여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결국 유럽은 여성”이라며 “이런 결과를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외신들은 EU 최고 요직인 두 자리에 기존 EU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가진 인사가 내정되면서 강한 개혁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주류 정치인 출신인 폰데어라이엔은 EU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보다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라가르드 역시 IMF 총재로서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그리스 부채 위기 등에서 유연한 모습을 보여온 만큼 ECB의 기존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정상들은 이 밖에 투스크 현 상임의장 후임으로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를,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교장관을 각각 내정했다. 또 3일 유럽의회는 이탈리아 정치인이자 의회 내 사회민주 그룹 지도자인 다비드-마리아 사솔리를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주요 EU 지도부의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EU 내 리더십 주도권을 놓고 갈등 양상을 보여온 독일과 프랑스 간 균열도 원만히 봉합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밀실회담을 통해 양대 권력기관 수장 자리를 나눠 가진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인선은 지난 2014년 이후 유럽의회 선거에서 지지율 1위 정치그룹이 집행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는 ‘슈피첸칸디다텐(대표후보)’ 제도를 무시한 것으로 독일과 프랑스 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투명하게 결정된 인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인선 발표 후 “슈피첸칸디다텐 절차에 금이 간 것은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당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슈피첸칸디다텐 절차에 따라 최대 정치그룹인 유럽국민당(EPP) 그룹 대표후보인 독일인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을 지지했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두 정상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막판에 독일 출신으로 지난 14년간 독일 내각에서 일해온 메르켈의 지지자 폰데어라이엔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며 메르켈의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한때 폰데어라이엔을 후계자로까지 생각했던 메르켈 입장에서는 그를 EU의 요직에 앉히는 동시에 빈자리를 구실로 총선에 대비하는 개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ECB 수장에 프랑스 출신 라가르드 총재를 내정하고 자신이 속한 중도성향 정치그룹 ‘리뉴유럽’ 출신의 미셸 벨기에 총리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직에 앉히게 됐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니혼게이자이는 “두 정상의 정치셈법에 따라 EU 인선이 이뤄짐에 따라 이 과정에서 경시된 EU 내 다른 의원들의 반발이 앞으로 EU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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