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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오리나무

포천 초과리의 오리나무




‘나무나무 무슨 나무/따끔따끔 가시나무/열아홉에 스무나무/일 년 사철 사시나무/십리 절반 오리나무’ 한식 청명 즈음에 불리는 나무타령의 한 대목이다. 나무 이름을 소재로 한 민요는 전국 각지에서 전승돼 내려오는데 지방마다 나무 종류와 사설이 조금씩 다르지만 오리나무는 대부분의 나무타령에 등장한다. 십리의 절반 거리인 오리(五里)마다 심긴 나무라는 뜻에서 오리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지만 뚜렷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작나뭇과에 속하는 오리나무는 전통혼례식 때 신랑이 가지고 가는 나무 기러기와 별신굿의 하회탈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 신랑은 나무 기러기를 가져와 백년해로의 상징인 기러기처럼 평생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다. 안동에서는 하회탈을 만들 때 오리나무를 사용했다. 말라도 비틀어지지 않고 두드려도 깨지지 않는 오리나무가 하회탈의 재목으로는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서민들은 오리나무로 만든 하회탈을 쓰고 지배계층인 양반들을 풍자하며 신명 나게 놀았다.



오리나무는 주로 습지 근처에서 자라는데 높이가 20m에 달하고 나무껍질은 자갈색이다. 꽃은 3~4월에 피고 10월 전후에 볼 수 있는 열매는 솔방울과 비슷하게 생겼다. 우리 문헌에는 1728년 조선 영조 때 김천택이 편찬한 시조집 청구영언에 오리남기라는 말이 나온다. 조선 순조 때의 한글학자인 유희가 여러 가지 사물을 한글로 설명한 물명고에는 오리나모가 등장한다.

문화재청은 최근 경기 포천시 관인면 초과리에 있는 ‘포천 초과리 오리나무’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높이 21.7m, 가슴높이둘레 3.4m, 수령 약 230년으로 추정되는 큰 나무다. 속리산의 정이품송처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가 적지 않지만 오리나무로는 처음이다. 30일간의 예고기간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단옷날 주민들이 그네를 매달아 놀 수 있는 터를 제공했던 오리나무가 이제는 나라의 기념물이 된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이 된 오리나무의 녹음은 더 짙어지고 그 밑에서 땀을 식히는 농부들의 미소는 더욱 밝아지겠다. /홍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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