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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비 공공제로 제2 잠원동 비극 막아야"

[전문가가 본 철거 사고 해법]
건물주가 감리비용 국가 예치
공공서 보수 주는 구조로 가야
감리인 견제자문 기능 강화를

'감리비 공공제로 제2 잠원동 비극 막아야'

“건물주가 감리인을 선정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현 구조라면 제2, 제3의 잠원동 비극은 또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진 잠원동 사건을 지켜본 건축 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예비신부 1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 4명이 발생한 ‘잠원동 건물 붕괴’의 원인으로 건물주에 종속되는 감리제도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감리비 공공제’를 도입해 감리인의 견제기능을 강화하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건축 업계 등에 따르면 ‘감리비 공공제’는 감리인이 건물주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막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함인선 광주광역시청 총괄건축가는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인을 지정하는 ‘공영감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건물주의 감리인 매수 문제는 동일하게 발생한다”며 “건물주가 감리비용을 국가에 예치하고 감리인은 보수를 공공에서 받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영감리제가 시행되면 감리를 누가 하든지 건물주에게서 독립할 수 있다”며 “현장대리인과 감리인 간 견제와 자문이라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정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업계에서는 감리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잠원동 건물이 붕괴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철거업체 관계자의 추천으로 건물주의 위임을 받은 B건축사무소가 정모(87)씨를 공사 감리인으로 선정한 것부터 문제로 지적된다. 이 과정에서 정씨 측은 2층 건물 위주로 감리를 해 5층 건물은 부담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철거업체가 “알아서 한다”는 말에 이번 감리 건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상식적으로 여든일곱 살의 어르신이 고도의 체력을 요구하는 건물 철거 감리를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애초 철거업체가 자치구에 제출한 상주감리는 형식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사고 당일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감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감리인이 선정된 배경으로는 저비용으로 철거하려는 건물주의 욕심과 영세한 철거업체 규모가 꼽힌다. 이동식 크레인 대여비용 30만원을 아끼려고 철거 부산물을 쌓아둔 것이 단적인 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동식 크레인 대여비용을 아끼려다 결국 건물 붕괴를 초래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원동 현장에서 포클레인이 철거 부산물을 경사로 삼아 건물 5층으로 올라갔다”며 “서초구청의 애초 철거조건에 따르면 철거 부산물을 즉각 반출하고 이동식 크레인을 동원해 포클레인을 건물 5층에 올려야 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철거 부산물 무게 때문에 건물이 갑작스럽게 붕괴할 것을 우려해 발생 즉시 현장에서 반출할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감리비 공공제가 도입됐다면 애초 계획대로 감리인이 현장에 상주하고 위험성이 큰 작업에 대해 견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 서초경찰서는 잠원동 사고로 사망한 예비신부 이모(29)씨 유족 법률대리인이 구청 공무원과 관리인 총 9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족 측은 담당 자치구청인 서초구청 건축과 과·팀장 등의 공무원과 건물주·관리인·철거업체 관계자 총 9명이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해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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