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통한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냈다. 문 대통령이 앞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거듭 언급한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40원(2.9%) 인상된 시급 8,590원으로 결정했다.
청와대는 아울러 지난 2년간 급속도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부작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밝히고, 청와대 참모들이 최저임금 정책을 옹호하는데 주력했던 상황과 비교할 때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다만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는 아니다”라며 사회안전망 등을 넓히는 등 소득주도성장 종합 패키지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경제는 순환이다. 누군가의 소득은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라며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영세자영업자와 소기업에게 (최저임금 인상이) 큰 부담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자리 안정기금 등을 통해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충격 최소화에 노력했으나 구석구석 다 살피기에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단 점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특히 “최저임금 정책이 을과 을의 전쟁으로 사회갈등 요인이 되고 정쟁의 빌미가 되었던 것은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상황이란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번 최저임금위의 결정을 ‘갈등관리의 모범적 사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예년과 달리 마지막 표결 절차가 공익위원뿐 아니라 사용자 대표 위원과 근로자 대표 위원 전원이 참석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이뤄졌다는 사실은 최저임금 문제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갈등과 정쟁의 요소가 돼선 안 된다는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지난 2년간의 최저임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해, 편견을 불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소득주도성장의 폐기 내지 포기로 오해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오해는 소득주도성장이 곧 최저임금 인상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에 대해선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소득주도성장과 동일시하는 시각을 경계하며 다른 보완책들을 통해 본래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은 현금 소득을 올리고, 생활 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다양한 정책의 종합 패키지”라면서 “이번 최저임금위의 결정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이 있었다는 국민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최저임금만이 아니라 생활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힘으로써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국민 명령을 반영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또 내년도 예산안이나 세법개정안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보완할 계획임을 예고했다. 김 실장은 “근로장려세제(EITC)의 확대라든지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 건강보험료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 등 우리 국민들 전체 생활비를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이런 내용들이 상당 부분 내년도 예산안이나 세법 개정안에 담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실장은 대기업의 2·3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나, 저임금 노동자를 타켓으로 소득 지원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청와대가 시민사회나 노동계의 입장을 고려 않고 사용자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해선, 최근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에서 실시한 최저임금 설문조사를 거론했다. 그는 “최저임금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동결 내지는 소폭 인상이, 저희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굉장히 높은 비율로 나왔다”며 “이번 최저임금위의 결정이 사용자 측의 의견만 과잉 반영된 그런 결정이라고 저희들은 생각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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