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9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거부한 데 대해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해 일본 측이 정한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설치 요구 시한(18일)까지 한국 정부가 답변을 주지 않은 것에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중재위 개최에 응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배상 확정판결을 내린 작년 10월 30일과 11월 29일에도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최종답변시한을 두고 협의가 안된 일방의 주장일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중재위 요구에 지금까지 응했는지 또는 응할지에 대해 “일본이 일방적으로, 또 자의적으로 설정한 일자”라며 “구속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중재위 구성 거부에 대해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인 일본 정부의 추가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본이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비자발급 제한 등 추가 경제보복조치에 나서는 것이다. 일본이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최근 커지고 있는 반일 여론을 감안할 때 청와대 역시 맞불 전략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청와대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재검토 발언까지 나온 만큼 한일갈등은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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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본 내에서도 한일갈등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고 미국 조야에서도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추가 경제보복조치까지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앞서 일본 언론들도 일본 정부가 곧바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 나서기 보다는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등 한국 측 반응을 좀 더 지켜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날 “중재위 설치 시한 다음 날인 19일 일본 정부는 우선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입장 표명과 함께 한국 정부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방침”이라며 “다음 조치로 거론됐던 ICJ 제소는 미루되, 한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현금화 하면 대항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모든 중재안을 놓고 일본과 협의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인 직후 강공 일변도로 한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던 일본 정부가 ‘신속한 수출허가’ 등 대한(對韓) 유화 메시지를 내놓은 점도 일본의 대한 추가 경제보복조치 신중론에 힘을 실어준다. NHK는 전날 “이번 조치(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로 수출하는 기업에 대한 청취 등도 실시돼 심사기간이 표준으로 90일 정도 걸리지만 경제산업성은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 양측의 관리체제가 적절하고 군사 전용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참의원 선거를 코앞에 둔 아베 내각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경제보복조치를 감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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