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전격 인하된 가운데 예적금 금리도 덩달아 인하되면서 별다른 수익사업 없이 예금이자로 버텨온 은퇴생활자들의 걱정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대로 낮아진 상황이어서 인기가 더 떨어지고 그나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쪽으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등 차주들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줄었지만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등으로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를 놓고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고민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이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이르면 다음주 초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인하하기로 하고 적정 인하 폭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어 큰 폭의 인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시중은행에서는 금리 2%대 예적금 상품은 사라지고 1%대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KEB하나은행의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이미 2%대 정기예금이 사라졌다. 이들 은행이 최근 은행연합회에 공시한 11개 정기예금 상품의 12개월 이자는 연평균 1.71%로 1억원을 정기예금에 묻어두면 연간 얻을 수 있는 이자소득은 세전 170만원 수준으로 월 14만원 정도다. 여기에 은행들이 0.1~0.2%포인트 안팎 수준으로 금리 인하분을 추가 반영하면 예적금 상품의 기대수익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방향을 틀 수 없는 은퇴세대다. 은퇴생활자 대다수가 예적금이나 저축성 보험 등 안정형 상품에 노후자금을 예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은영 신한은행 PWM판교센터 프라이빗뱅커(PB) 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예상을 깬 만큼 미국이 금리를 낮추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실제로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진다면 금리형 상품에만 의존하는 은퇴세대의 연간 이자수입이 최대 0.5%포인트 낮아지는 만큼 절세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달러 예금, 선진국 국채나 회사채, 인컴펀드, 리츠 등 중수익 상품의 비중 확대를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성진 KB스타자문단(양재PB센터) 팀장은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ELS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같은 조건의 ELS라면 원화 기준보다는 달러 기준의 ELS가 두 배 수준인 연 7%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원화에 치우친 금융자산을 다양한 통화로 분산하는 차원에서도 달러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대출금리 인하로 주담대 등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당장 대출금리가 확 낮아질 가능성은 낮다. 상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선반영해 시중금리가 꾸준히 하락한 만큼 당장 대출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기 하강 국면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이 겹쳐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은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더 가파르게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동금리 주담대 기준으로 주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매달 15일부터 한 달간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예적금·양도성예금증서 등의 금리를 바탕으로 산정하는데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의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코픽스도 내려간다. 하지만 코픽스가 늘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만 거론됐을 뿐 실제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말부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0.26%포인트 내려갔다. 이 때문에 차주들의 갈아타기 고민도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기존 대출을 갈아타기보다는 금리 움직임을 지켜본 후 판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주담대 상품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금융 전문가들도 단기적인 시중금리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 인하에 나설지 지켜본 후 대환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대출을 변경할 때는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재 은행권 주담대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은 0.9~1.4% 수준이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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