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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이번엔 경제가 아닐지도 몰라, 바보야”

손병권 중앙대학교 교수·정치국제학
美 경기호황·지지층 결집 이유로
국내선 트럼프 재선 점치지만
통치 스타일 등이 변수로 부상
반대 결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 2019-07-21 18:22:19
  • 사외칼럼
[백상논단] “이번엔 경제가 아닐지도 몰라, 바보야”
손병권 중앙대 교수

미국 대통령 한 사람이 한반도 운명을 좌지우지할 핵심변수로 떠오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관료의 실무적 판단과 의회의 정치적 견제가 있기는 하나, 한미동맹 및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개성, 스타일, 욕망 등이 그 어느 때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돼버렸다. 따라서 2020년 대선에서 그의 재선 여부는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나치게 확신하는 국내적 분위기가 강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리라는 생각은 공화당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그의 능력, 민주당에 대한 거침없는 강공, 유력 대선후보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 민주당 내부 상황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세론의 핵심요소는 무엇보다 취임 이후 지속된 미국경제의 호황이다. 2017년 12월 감세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후 소비자 체감지수가 빠르게 반등하고 실업률도 2019년 이후 4% 아래로 유지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 매우 유리하다. 이러한 경제호황이 지지율을 높이는 효과를 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국내의 다수의견인 듯하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우선 2016년 대선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자신을 기득권과 부패의 화신으로 몰아붙인 트럼프 후보의 공세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2018년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2016년 클린턴 후보가 패배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등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민주당이 하원의석을 늘려 2020년 대선 전망이 나쁘지만은 않다. 더구나 여성혐오 발언 및 소수인종 차별,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이주민에 대한 비인도적 처우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무당파 유권자가 등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당 지지자 결집에만 집중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선거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최근 A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지지자 가운데 그의 재선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응답자 비율보다 트럼프 반대자 중 그의 낙선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 비율이 20% 정도 더 높게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2016년과는 달리 2020년 대선에서는 투표장에 몰려나올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경제성장 = 대통령 지지율 상승과 재선’이라는 가설이 예전만큼 통용되기 힘들다는 주장도 최근 미국 학계와 언론계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호황 지속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직후를 제외하면 2018년 초반에 비로소 40%를 넘어섰고, 지금도 40%대 중반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렇게 경제호황이 대통령 지지율로 이전되지 못하는 데에는 미국 내에 보수층과 진보층 간의 대립과 갈등이 매우 견고하게 구조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경제현상마저 정파적인 각도에서 보기 때문에 경제호황이라고 해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유권자가 지지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991년 초 걸프전이 종식된 직후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 이상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1992년 경제불황으로 대선에서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것을 계기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의 현상이 나올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이 정파적으로 공고화되면서 현재의 경제호황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로 원활하게 이전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엔 경제가 아닐지도 몰라, 바보야’가 2020년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통념을 깨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 우리는 두 가능성을 모두 검토하면서 2020년 이후의 한미관계에 대처하는 편이 안전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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