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목 시세보기

서울경제

HOME  >  경제 · 금융  >  기획·연재

기업의 빗나간 위기 대응은 큰 화를 부른다

일부 기업들의 빗나간 위기 대응
일시적 ‘꼼수’는 더 큰 화를 부른다

  • 안재후 기자
  • 2019-07-22 10:56:31
  • 기획·연재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9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기업들은 진정 어린 반성과 함께 실질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반성과 사과 없이 ‘악어의 눈물’만 흘린 후, 숨기고 덮기에 급급한 기업들도 일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기업의 빗나간 위기 대응은 큰 화를 부른다
[사진=셔텨스톡]

지난 1월 중순,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헤나 염모제 피해’와 관련해 합동 점검을 시작했다. 헤나 염색을 시술받은 소비자 중 일부가 얼굴부터 목까지 까맣게 변하는 부작용을 호소했기 때문이었다.

시술 부작용을 일으킨 업체로 지목받은 곳은 헤나 제품 ‘케어셀라 허브 헤나’를 유통하고 있는 다단계 업체 ‘지쿱(Gcoop)’이었다. 지쿱에서 판매하고 모회사 제너럴바이오가 제조·개발한 이 제품은 일부 헤나방과 미용실에서 염모제로 활용돼 왔다. 피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100% 천연 원료를 사용해 부작용이 없다는 말만 믿고 시술을 했다”며 “부작용이 있을 줄 알았다면 절대 시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지쿱 측이 사고가 불거진 후에도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시술 전, 부작용 방지를 위한 패치테스트를 권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하지 않았다’, ‘개인적 차이일 뿐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등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겼다. 이후 자사 홈페이지에 배너 형태의 사과문을 공지했지만, 이 역시 ‘사실상 자사에겐 책임이 없다’는 의미를 핵심으로 깔고 있었다.

현재 지쿱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당 헤나 제품은 ‘품절’ 상태로 판매 되지 않고 있다. 모든 제품에 붙어 있는 제조 연월, 성분, 사용방법 같은 기본적인 상품 정보도 아예 삭제되어 있는 상태이다(다른 품절된 제품에는 기본 상품 정보가 나와 있다).

중요한 건 이 회사의 문제가 이번 헤나 제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에도 이 회사가 연관되어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에서 가해 기업 중 한 곳으로 분류된 바 있는 ‘글로엔엠’은 과거 코스트코의 PB상품인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을 만든 제조사였다. 글로엔엠에서 만든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은 판매사인 홈케어를 통해 코스트코에 납품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피해자 가족모임 따르면, ‘베지터블 홈 가습기클린업’ 제품을 사용한 사람 중 피해자는 총 12명으로 이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사건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오르기 시작한 2014년 이후, 관련 보도에선 ‘글로엔엠’이란 회사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제너럴바이오’라는 회사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글로엔엠은 자사 이름이 주요 가해 기업으로 공론화되자, 소리 소문 없이 사명을 ‘제너럴바이오’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현재 제너럴바이오 홈페이지, 혹은 기업 관련 보도 어디에서도 ‘사명 변경’에 대한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다만 기존 언론보도 시점, 글로엔엠(현 제너럴바이오) 제품과 관련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리뷰 글이 게재된 시점을 근거로 대략 2012년~2013년 사이에 사명이 변경됐을 것이라 유추할 수 있다.

이후에도 제너럴바이오는 사업을 확장하며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헤나 제품 외에도 화장품, 생활용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만들어 자회사인 지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회적 기업이란 사실이다. 제너럴바이오(구 글로엔엠)는 장애인 고용 우수 사업장으로, 현재 상시 근로자 중 장애인 노동자 비중이 30% 수준이다. 그 중 중증 장애인 비율이 85%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 받아 고용노동부가 수여하는 ‘우수 사회적 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처럼 사회적 약자의 고용 증진을 표방하는 회사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 씁쓸함을 느끼고 있다. 진정한 반성이나 사과 없이, 꼼수를 통해 이미지 세탁을 하는 모습에 분노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도 적지 않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A 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아직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도, 피해자 구제나 사과 없이 소위 ‘착한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을 꾸준히 추적·관찰해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들은 과감히 탈락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현재 사회적 기업의 인증 취소 및 재인증 제한 근거는 ▲부정한 방법을 통한 인증 취득 ▲경영 악화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고 해서 인증을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최초 사회적 기업 선정 당시 요건을 유지한 상황에서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다면 인증을 철회 혹은 취소할 근거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사업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꾸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논란에 부적절한 대처를 한 사례는 이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고의 핵심 가해 기업으로 손꼽히는 옥시 역시 ‘꼼수’에 가까운 대응으로 비난을 받았다. 각종 세정·세제 제품으로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자리잡아온 옥시는 지난 2001년 영국 회사 ‘레킷벤키저’에 매각된 후 국내에서 ‘옥시레킷벤키저’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옥시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컸기 때문에 ‘옥시’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옥시의 브랜드 이미지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있었다. 정확한 사건 조사와 함께 진정 어린 사과,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 및 피해자 구제 방안을 내놓고 이를 성실히 시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맞춤 실험을 주요 대학 연구진에 의뢰했고, 피해자 유족들과 접촉해 합의를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꼼수는 ‘사명 변경’이었다. 2014년 옥시는 ‘옥시레킷벤키저’에서 ‘옥시’를 떼버리고 레킷벤키저의 이니셜을 따 ‘RB코리아’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기존 옥시의 대표 상품인 데톨, 오투액션, 개비스콘 등의 홍보마케팅 과정에선 ‘옥시’라는 이름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기업의 빗나간 위기 대응은 큰 화를 부른다
[사진=서울경제DB]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영국 옥시 본사 방문 전 공항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옥시의 사명변경을 두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꼼수’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동엽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말한다. “옥시의 사명변경은 물의를 일으킨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진행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명 변경 이후엔 불매운동이 불거진 생활용품 대신, 논란 밖에 있던 의약품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죠. 저희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강도 높은 불매운동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옥시의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옥시와 제너럴바이오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들의 잘못된 사후 대응은 업계 전반의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이 같은 잘못된 전략은 향후 해당 기업의 사업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눈 앞의 문제를 덮으려다 더 큰 곤혹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은 남양유업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 파문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은 이후 대규모 소비자 불매운동에 직면해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남양유업은 반성 대신 ‘꼼수’를 선택했다. TV·지면·온라인 광고 그 어디에서도 ‘남양’이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판 제품 겉면에 있는 ‘남양’이라는 글자를 빨대나 스티커로 가리는 꼼수로 소비자들의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브랜드를 부각해 홍보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일 뿐 의도적으로 사명을 가리진 않았다”며 “판촉 마케팅이나 제품 포장 공정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몇몇 사례일 뿐, 꼼수는 결코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지금도 차갑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꼼수’로 문제가 덮어지고 잊혀지는 시대는 끝났다며, 경영자와 기업 내 의사결정권자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이 유일한 문제 해결책이라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말한다.

“남양유업 갑질 사건 이후 소비자들이 보인 불매 운동은 이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개됐습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남양이 위탁 생산하는 제품을 찾아 공유하는 ‘숨은 남양찾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죠. 더 이상 기업 꼼수에 속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의 강한 의식이 이 같은 적극적 행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불매운동과 소비자 중심 활동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수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모바일에선 기업들의 꼼수와 관련된 내용이 지속적으로 포스팅 혹은 업데이트 되고 있어요. 기업들도 이젠 이를 결코 가벼이 봐선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심 어린 반성과 당당히 책임지는 모습이야말로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XC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이메일 보내기

보내는 사람

수신 메일 주소

※ 여러명에게 보낼 경우 ‘,’로 구분하세요

메일 제목

전송 취소

메일이 정상적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