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를 둘러싼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전문기업으로 부상한 삼성바이오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상 상반기가 바이오의약품 수주계약이 저조한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2·4분기 매출액 781억원에 영업손실 154억원, 당기순손실 134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올 1·4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40% 가까이 급락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당초 증권가 예상치보다 하락폭을 키워 삼성바이오의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는 앞서 1·4분기 실적에 반영됐던 비생산원가가 2·4분기에 다소 감소하면서 영업이익 부분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오의약품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정기 유지보수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올 들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의 장기화로 향후 수주계약의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던 삼성바이오의 실적 목표에도 차질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추가 수주계약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현재 시생산 중인 제3공장을 그대로 놀려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의 글로벌 수주계약 차질에 대한 우려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주요 임직원들은 오히려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잇따른 소환 조사에 임원회의조차 제때 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대응하느라 본업인 바이오의약품 CMO 사업 경쟁력까지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은 2년 이상 끌어온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사태를 놓고 수주계약 연기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제약 업계의 특성상 기업의 윤리 기준에 어느 산업군보다 높은 잣대를 적용하는 탓에 당초 체결하기로 했던 계약을 연기하거나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연기하는 사례까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