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경기 김포시 구래역 문화의 거리 부근에서 열린 ‘김포도시철도 개통연기를 반대하는 문화집회’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의 발언 중 일부입니다. 개통이 연기되면 3~4시간에 이르는 아빠의 통근 시간이 변하지 않아 지금처럼 불안한 상태로 잠이 들 수밖에 없다는 ‘귀여운’ 하소연입니다.
해당 발언을 한 학생 외에도 이날 집회에 참가한 김포시민은 1,500여명에 달했습니다. 그들은 황금 같은 토요일 오후 한자리에 모여 개통 연기 사태를 빚어낸 김포시와 국토교통부를 규탄했습니다.
개통이 취소된 것도 아니고 몇 개월 연기됐을 뿐인데 시민들의 분노가 이렇게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포도시철도 개통 연기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그 속내를 알아봐야겠습니다.
■두 번에 걸친 개통 지연, 폭발한 김포 민심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이유는 개통 지연 사태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서울도시철도 9호선 김포공항역(5호선, 공항철도 환승)에서 김포한강신도시를 연결하는 경전철인 김포도시철도는 이미 지난해 11월 한 차례 개통이 미뤄졌습니다. 개통 예정 시점에 맞춰 진행된 일부 역사의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개통할 수 없다는 것이 당시 지연 이유였죠. 입주 후 많게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시철도 개통을 기다려 온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습니다.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이 지역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시민 공개 사과에 나서고 정하성 시장이 확실히 올 7월에 개통을 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다행히 사태는 안정돼 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은 짧았습니다. 또 한 번 개통이 미뤄졌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차량 떨림 현상이 문제였습니다. 지난 4~5월 시범 운행 때 직선 주행로 고속구간(75㎞/h) 여러 곳에서 차량 떨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차량 떨림 정도를 나타내는 승차감 지수가 국토부에서 요구하는 2.5보다 낮거나 같아야 하는데 이보다 다소 높은 3.65가 나왔죠. 이 때문에 국토부가 김포시에 안전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하면서 또다시 개통이 미뤄지게 된 것입니다. 종합시험운행 점검을 맡았던 박홍규 한국교통안전공단 철도기술처 부장은 “도시철도에서 3.65라는 승차감 지수가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차량의 흔들림이 커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재검증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수개월에 걸쳐 시험 운행과 안전성 검사가 이뤄질 동안 시와 운영을 위탁받은 운영사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또다시 개통이 연기될 수가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주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모였고 급기야는 주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철도 개통 지연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 항의에 나섰습니다. 8일 시작된 청원은 15일 현재 2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불어 주민들은 각자의 아파트 단지에 개통 지연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걸어 항의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안전성 검증 위한 권고에도 ‘억울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한 김포시
국토부의 재검증 통보에 김포시는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김포시는 국토부가 제시한 영업시운전 점검항목 44개에 차량 진동과 관련된 승차감 지수에 대한 조항이 없음에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입니다. 이승학 김포시 철도과 주무관은 “지금껏 차량 진동으로 인한 승차감 지수를 가지고 개통 연기 권고를 내린 적은 없었다”며 “국토부의 권고가 아쉽지만 그에 따라 재검증을 준비해 조속한 시일 내에 개통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 잦은 한쪽 방향 진행으로 인한 차륜 편마모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했지만 국토부와 점검 기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김포시는 차량 진동 문제가 제기된 후 방향 전환(열차의 진행방향을 처음 운전하던 방향과 반대로 바꾸어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차륜 삭정(열차의 바퀴를 깎아 운행 시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조치) 등을 통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을 국토부와 점검 기관에 보낸 바 있습니다.
이 같은 김포시의 반응에 국토부는 전문기관의 의견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개통은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이성민 국토부 철도시설안전과 서기관은 “철도 운영 최종 승인권자인 국토부 입장에서는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마당에 권고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그 부분을 해결하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통공단 측도 입장은 마찬가지입니다. 김포시가 제시한 개선 사항도 결국 미봉책에 불과해 개통 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차량 진동에 관한 전반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부장은 “방향전환이나 차륜 삭정은 일시적으로 차량 진동을 줄일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방법”이라며 “운행 시 차량과 노선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지고 나면 정확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언제 결정될지 모르는 개통 일자…주민들 속만 탄다
주민들의 불만에 대의기관인 김포시의회가 나서 사태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시의회는 해당 사안에 관한 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해 현재 불거지고 있는 의혹과 당사자에 대한 추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사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종혁 김포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김포본동, 장기동)은 “두 번에 걸친 개통 지연에는 분명 김포시의 안일한 행정 태도가 밑바닥에 깔렸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 시장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 자리에서 개통 결정까지 약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한 철도계 종사자에 따르면 국토부와 김포시의 의뢰를 받은 인증 기관이 추가 검증을 한 후 작성된 보고서를 국토부에서 점검 후 최종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40일, 길게는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임종필 김포시청 철도과 철도운영팀장은 “우리가 기자회견 때 제시한 2개월은 평균적으로 잡았을 때 걸리는 시간”이라며 “승인권자인 국토부가 재검증 결과에 관해 판단을 내리고 승인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약 없는 개통 시점에 대해 한강신도시 주민 이영하(53)씨는 “작년에 한 번 미뤄졌을 때도 어이는 없었지만 7월에 꼭 개통하겠다는 시의 말을 믿었다”며 “시민 중에는 개통 일자에 맞춰 가게를 열거나 직장을 옮기는 등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도 많은데 이들이 입는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김포시의 안일한 행정으로 빚어진 두 번의 개통 지연 사태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만 전가되고 있습니다. 이 현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