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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셀프개혁' 국회 방치에·… 김명수 대법원장 '발만 동동'

양승태 구속 및 검경수사권 조정안 이슈로 국회 무관심 이어지며

고법 부장 '직무대리' 누적 위기에 '지법 부장 폐지'는 무기한 보류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법정 기구 격상' 대비 안건 올 회의서 안 다뤄

"정치권 '사법개혁 뒷전' 황당"... 김명수 리더십에도 의문 부호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개입’ 의혹을 계기로 야심 차게 마련한 자체 개혁안이 8개월째 국회의 외면을 받으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라는 고육책까지 꺼냈지만 법원 내 엉킨 실타래를 모두 풀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특히 고등법원 부장판사 인사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물론 지방법원 부장판사 폐지 논의는 아예 무기한 보류되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사법개혁 관련 안건이 실종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2일 법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8개월째 잠만 자고 있다. 지난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이후 여론의 관심이 식은 데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포함된 안건들에만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사무 심의·의결기구인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사법행정 집행기구로는 판사가 보직하지 않는 법원사무처를 도입하기로 하고 대법원장 자문기구에 머물렀던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를 법률기구로 격상하기로 했다.

사법개혁에 대한 국회 논의가 워낙 진전이 없다 보니 김 대법원장은 급기야 지난 5일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설이라는 우회 경로를 통해 개혁 의지를 표방했다. 법안 통과로 안되니 대법원 규칙이라도 고쳐서 사법행정회의와 유사한 기구를 시범 도입해 보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24일엔 사법불신 극대화로 상고심 수가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함에 따라 상고법원 등 대안 마련을 위해 법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그러나 이 같은 고육책만으로는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사법개혁안 논의가 중단되면서 당장 법원 고위직 인사가 엉키기 시작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권위적인 위계질서를 혁파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2월부터 고법 부장판사 신규 보임을 중단했지만,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서 벌써 1년이 넘도록 ‘직무대리’라는 어정쩡한 보직으로 공백을 메우고 있다.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안이 이대로 폐기될 경우 법원 스스로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이미 폐지를 공언한 고법 부장판사 승진을 다시 부활시킬 수도, 다음 국회 때까지 고법 재판장을 ‘직무대리’로 도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재연(왼쪽 두번째)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3월7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법원행정처


고법 부장 인사가 위기를 맞다 보니 지법부장 폐지 논의는 사실상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3월7일 전국법원장 간담회 때만 해도 조재연 법원행정저창을 비롯한 37명의 각급 법원장들이 지법 부장판사 제도 폐지를 대비해 구체적인 범위와 방식·후속조치 등을 논의했지만, 이제는 법관 누구도 해당 주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대법원장-대법관-평판사’로 이어지는 단순한 계층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섣부른 약속이 물거품으로 끝날 위기를 맞은 셈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아직은 고법 부장 직무대리가 전체의 10%를 밑돌지만 이대로 계속 누적되면 조만간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지법 부장 폐지는 법원이 포기한 걸로 아는 판사도 많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지법 부장 폐지는 국회에서 먼저 논의하라는 주문했다”며 “논의 중단이라기보다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개혁안대로라면 법률기구로 격상돼야 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올 8~9월께 예상되는 임시회의와 11월 정기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검토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공보 간사를 맡고 있는 서삼희 판사는 “아직까지 각 분과에서 법률 기구 격상 등 사법개혁안 관련 안건을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을 지켜보는 법조계의 눈초리는 따갑다. 양승태 사법부에서 불거진 각종 혐의는 단순 개인 비리가 아니라 명백한 구조적 문제인데, 정치권이 시스템 개조에 대한 의지도 없이 몇몇 인사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 모든 것을 갈음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사전 조율이나 만반의 준비도 없이 자체 안만 국회에 던진 김 대법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법원은 김 대법원장이 개혁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의 반발이 터져 나오고 안철상 전 법원행정처장이 돌연 사임하는 등 내홍이 극심하게 깊어진 상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해만 해도 당장 법원을 뜯어고칠 것 같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아예 관심조차 없으니 황당하다”며 “대법원장도 애초 개혁안을 성사시킬 전략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법농단 논란으로 직접 정부·국회와 접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국회 통과만 기다릴 수도 없으니 김 대법원장도 답답할 것”이라며 “법원이 개혁 추진 과정에서 진보-보수로 양분된 것은 정말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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