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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26> 美와 무역전쟁 속 기업 자금조달 강화...등록제 등 파격혜택도

■'세번째 차스닥' 도전 나선 中 커촹반

정부 "첨단기업 성장 적극 지원"

적자기업에도 상장 길 열어주고

차등의결권제 등 규제 대거 풀어

'자본 통제시스템' 여전히 작동

상장업체들 별 다른 특색 없어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지난 6월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류허(왼쪽 두번째)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커촹반’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거래는 이달 22일 시작됐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인구가 많고 경제도 복잡하다 보니 정책이나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 일단 하나의 사례를 만들고 이를 확장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런 방식에는 장단점이 모두 있다. 장점은 하나가 성공했을 때 이를 전체에 적용하기 용이하고 사람들도 쉽게 이해한다는 점이다. 시험 사례가 어정쩡할 경우 그대로 방치되는 것은 단점이다. 그 결과 한 나라에 여러 형태의 시스템이 공존하게 된다. 중국이 ‘중국판 나스닥(차스닥)’을 목표로 최근 문을 연 커촹반(科創板·영문명 STAR Market)이 대표적이다. 차스닥을 만들어 첨단기술 기업을 키우고 증권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중국의 도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중국 증권시장에는 중기벤처 대상의 중샤오반(中小板)과 촹예반(創業板)이 존재한다. 하지만 증권시장을 옥죄는 중국 특유의 규제로 성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무늬만 다른 또 다른 중기벤처 시장이 나왔다는 비아냥도 있다. 커촹반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중국이 최근 커촹반 띄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관영매체는 연일 커촹반 시장과 상장 기업들 홍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첨단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위해 중국 자체적으로 자본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시도다. 커촹반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국제수입박람회 축사에서 처음 언급한 지 7개월 만인 지난달 13일 출범했고 이어 이달 22일 거래를 시작했다. 30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커촹반의 25개 상장사의 주가가 모두 올랐고 그중에서 18개사는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말 그대로 광풍이다.



메인 증시에 따로 개설된 서브 시장인 커촹반은 중국의 기존 시스템에서는 ‘이단아’로 불릴 정도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우선 등록제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증시는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발행심사위원회가 상장심사 및 인가를 맡는 심사인가제다. 상장 여부, 시기, 가격까지 심사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반면 커촹반은 등록제를 택해 상장요건과 기준만 맞으면 허가를 한다. 등록 여부는 상하이거래소 커촹반주식상장위원회가 담당하는데 여기에는 회계사, 변호사, 교수, 시장 관계자 등 민간위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적자기업도 도전할 수 있게 상장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성장성만 있으면 상장시켜 시장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또 특정 주식에 많은 숫자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제도도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제도는 특히 대주주들이 원하는 것이다. 뉴욕증시에 이어 홍콩증시에서도 도입돼 흥행한 이 제도를 이번에 중국 증시에서는 처음으로 커촹반에서 받아들였다.

이후이만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기업들이 핵심기술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며 국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위페이화 AXA SPDB 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 대표도 “커촹반은 중국이 기존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초점을 맞춘 사례”라고 평가했다. 커창반은 25개 상장사로 출발했지만 점차 숫자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미 140여개 업체가 신청을 했고 순차적인 심사를 거쳐 등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증권시장제도를 운영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최초의 증권시장인 상하이증권거래소가 1990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30년째다. 중국은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하는 나라답게 증권시장의 운영 시스템도 한국이나 서구 등과는 많이 다르다. 중국 증권거래소는 당초 국유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부채에 시달리는 국유기업을 손봐야 하는데 이들 기업의 주식을 팔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국유기업은 살아났지만 증권시장이 오히려 국유화됐다.

중국 증권시장의 특징은 △비유통주의 비중이 높고 △정부 정책이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는 등 규제가 우선에 있다는 점이다. 우선 상장사라도 중국 정부가 보유한 지분은 비유통주로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일반에 매물로 나온 유통주만 거래 대상이다. 주요 대형 기업의 경우 주식의 3분의2 이상이 비유통주로 묶여 있다. 상장기업 주식도 A주와 B주로 나뉜다. A주는 중국인들만 거래할 수 있는 주식이고 B주가 외국인 대상이다. 즉 외국인 입장에서는 품질이 부족한 B주의 유통주만 살 수 있는 셈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의 핵심기업을 매수할 수 없게 제도적 장치를 둔 것이다.



1990년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이어 이듬해에는 선전증권거래소가 거래를 시작했다. 한 나라에 2개의 증권거래소가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당시 분위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의 주장으로 개혁개방이 화두가 되면서 개혁개방의 상징도시인 선전특구에도 거래소를 두기로 한 것이다. 당초 선전거래소에는 기술기업을 유치하기로 했지만 현재 시점으로 보면 두 거래소의 차이는 거의 없다. 주가도 대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거래소 시설과 인원만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에서도 정보기술(IT)을 선두로 한 기술기업 붐이 일어난다. 명목상 기술기업 시장인 선전거래소 안에 2004년 ‘중국판 나스닥’을 지향하는 중샤오반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만 모아놓았을 뿐이지 기존 메인시장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무늬만 차스닥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리던 중국 당국이 다시 도전한 것이 2009년 창업벤처기업만을 대상으로 만든 촹예반이다. 촹예반은 우량 IT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자격을 완화하고 자금조달을 쉽게 만들어 처음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초반에만 반짝였을 뿐 이내 ‘개미’들의 놀이터로 변하면서 특색을 잃어버렸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시장논리를 넘어서는 것이 중국 투자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증시가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급등락하면 증권사에 반대매매를 강제한다. 비유통주 매각이나 신규상장 물량도 조정한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다 보니 증시를 인정하지만 사회 안정을 흔들거나 외국 자본이 중국 기업을 지배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베이징의 한 금융 관계자는 “자본시장의 관리와 육성 가운데 중국 정부는 늘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면서 “이것이 시장이 왜곡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전했다.

기업도 주식시장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중국에서 자금조달의 핵심 루트는 은행대출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가 화두지만 이미 중국은 미국 등에 비해 금리가 낮은 편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낮게 묶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여부는 금리 수준이 아닌 정부 관료 및 은행 인사와의 ‘관시(關係)’에서 나온다.

그러는 사이 많은 첨단기술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떠났다. 중국 대표 주류회사인 칭다오맥주가 1993년 홍콩증시에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텐센트(2004년 홍콩), 알리바바(2014년 뉴욕·나스닥) 등 중요 기업들이 중국 증시를 등졌다. 중국 증시가 외부에서는 외면하는 ‘갈라파고스 증시’가 돼 가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 증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 급등했는데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한때 6,124.04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 증시 역사상 최대 호황이었다. 하지만 한탕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가 통제를 가했고 때마침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지수는 2008년 한 해만 무려 65%가 폭락했다. 상하이지수는 아직도 2,900선 안팎에 머물고 있다.

중국 증시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불리한 구조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가를 무조건 외면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03년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제도를 도입했다. QFII로 등록하면 외국인이라도 A주식을 살 수 있도록 예외를 둔 것이다. 다만 기관 선정과 관련해서는 중국 당국이 엄격히 심사하면서 여전히 외국인 투자에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그동안은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쏟아져 들어왔고 중국 기업의 해외거래소 상장을 통해 투자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자금줄이 끊긴 것이다. 국내 자금이 없지는 않지만 이들은 증권시장을 외면한다. 지난해 11월 시 주석이 적극 주장해 중국이 ‘커촹반’이라는 별도의 시장을 만든 핵심 이유다. 이제까지 ‘첨단기술 요람’이라는 선전의 거래소에 중샤오반이나 촹예반이 만들어진 것과 달리 이번에는 상하이거래소에 만들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상하이를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시장을 몰아주고 있다고 본다.

지난 22일 리창(왼쪽) 상하이 당서기와 이후이만(오른쪽)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커촹반 거래시작을 알리는 징을 울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커촹반에 기존에는 없던 여러 가지 특혜가 주어졌다고 해서 증권시장 전체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 통제 우선이라는 기존 증권거래소의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커촹반 상장 기업들이 기존 메인시장 기업과 달리 크게 특색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시 주석이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적어도 그의 남은 임기 4년 동안 시장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회사의 근본적인 가치를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커촹반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베이징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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