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에 주일미군 주둔경비의 대폭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크게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을 방문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주일미군 주둔비의 일본 측 부담액을 5배 증액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이어 한국을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한국에도 현재보다 5배 많은 50억 달러의 방위분담금 부담을 요구한 것으로 보도됐다. 볼턴 보좌관의 방위분담금 대폭 증액요구는 동맹국들이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일동맹은 반석이라고 공언해온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이에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에도 미군의 해외주둔이 세금낭비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아사히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군 주둔 경비의 일본 측 부담에 대해 “30%밖에 부담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중동의)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것도 아닌데 해협을 지키고 있다며 “일본은 그 사이에 전세계에 도요타차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며 한 말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30%를 부담하는 건 독일”이라며 “일본은 70%를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염려 말라. 독일과 한국에서도 짜낼 것”이라고 되받아 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방부의 지난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미군 주둔비 분담비율은 74.5%, 독일은 32.6%였다. 일본은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위비 분담문제를 언급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6월29일 기자회견에서 미·일안보조약은 “불공평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일본은 방위비 분담과 미일동맹의 성과를 거듭 설명하는 등 외교노력을 펼쳤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일본의 설명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게 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실적을 위해 기를 쓰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회원국의 국방비를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로 높인다는 목표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더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어 생각대로 진전되고 있진 않다. 또 다른 미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담금 증액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부자 나라, 특히 그에게 ’노‘라고 말할 수 없는 국가를 타깃으로 분담금을 짜내려 하고 있고 그게 일본”이라고 전했다.
무려 5배 증액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도 “5배라면 실제 주둔비용을 넘어서게 된다”며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아베 정권 간부 중 한명은 “미군은 일본을 지키기 위해서만 주둔하는게 아니며 지정학적이나 전략적으로 미국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주일미군은미국의 안보에도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수 인턴기자 minsoo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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