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목록)에서 제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언론 플레이가 아니고 진심으로 양국의 중재를 원했다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애초에 시작도 안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미 조야의 확전 자제 메시지에도 일본이 한국의 화이트리스트를 제외한 것은 미일 간에 이미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실제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라는 중대 분수령을 하루 앞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한일 양국에 영향력이 큰 미 유력인사들은 한일관계 악화의 해결을 희망하면서도 갈등을 푸는 것은 양국의 몫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정부는 한일갈등을 미 워싱턴 D.C로 우리 인사를 파견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면 될 것이라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순진한 생각”이라며 “일본의 극단적 선택을 돌리는 방법은 결국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법을 마련하는 길 외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에서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에 대한 대응카드로 미국의 대중(對中) 봉쇄전략의 핵심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가 거론되고 있는 만큼 미국이 한일갈등을 물밑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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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직후 이뤄진 한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한일갈등 고조와 관련, “내일 양국 외교부 장관과 만날 기회를 가질 것이며 오늘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2~3분가량 만났다”면서 “우리는 한일 양국이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이 화이트리스트를 실제 집행하기까지는 21일이라는 시간이 남은 만큼 미국의 중재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지소미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수단인 만큼 이를 파기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일단 백색국가 리스트에서는 제외되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지소미아는 미국의 국익을 위한 협정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한일갈등이 심해지면 이득을 보는 것은 중러 등 미국에 위협이 되는 나라들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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