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대표하는 산업지역인 뒤셀도르프 중심부에서 북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보훔(Bochum). 한때 석탄가루 흩날리던 탄광지역이지만 지금은 기계산업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시내에서 다시 차로 10여분만 가면 고만고만한 주택가 한편에 지상 2층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보훔대가 운영하는 러닝팩토리다.
쿠카·ABB 등 첨단 로봇과 시뮬레이션 장비들이 구비된 이곳은 노동자를 교육해 고급숙련자로 재탄생시킨다. 기계공학 박사이자 러닝팩토리 강사인 헨닝 오베르크씨는 “지난해 티센크루프·보쉬·다임러 등 유수 기업의 현장 노동자 1,800여명이 다녀갔다”면서 “자동화·디지털화 시대에 노동자들이 로봇 조작 기술을 교육받고 실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보훔대 러닝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노동시장의 급변을 독일 노사정이 얼마나 치밀하게 대비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럽 최대 노동조합인 독일 금속노조(IG Metall)와 연계해 운영되는 러닝팩토리에서는 실제 생산현장에 배치된 로봇 조작법, 데이터 처리 기술을 배운다. 경영자를 대상으로 컨설팅도 제공한다. 40명 단체 기준으로 3일짜리 프로그램 비용이 1만2,000유로(약 1,577만원)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기업이 공동 부담한다.
특이한 점은 교육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문과학 분야 강사가 교육에 반드시 참여한다. 오베르크씨는 “인간이 기술 발전의 중심에 있고 기술은 인간 주변에 있는 것”이라며 “인간을 모르면 능숙하게 기계를 다루는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이 이처럼 노동자 재교육에 적극 나서는 것은 자동화·디지털화 시대를 노동자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독일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독일 기업의 85%가 직원 대상 직업 재교육을 실시했고 여기에 176억유로(약 23조원)를 쏟아부었다. 보훔이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부의 베케 랑 총괄은 “4차 산업혁명이 더 확대됨에 따라 고도화된 기술을 보유한 숙련공이 현장에서 필요로 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에 노동자와 기업가들이 혼돈 없이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훔=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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