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는 한 장의 포스터가 학교 벽보에 붙었다. “일본 브랜드, 이것들은 사지 마세요”란 제목과 함께 전지에 기업 로고를 오리고 붙여서 그 위에 ‘X’자 표시가 그어져 있다. 기업에는 ‘헬로키티’ 등 기업이 다수 포함됐다. 안양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자치회를 열어 최근 확산하고 있는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 제품 구매하자’, ‘No Japan 안 사요, Yes Korea 구매할게요’란 문구가 담긴 피켓과 플래카드를 제작해 학부모, 지역 주민들에게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학교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친구들과 협의한 끝에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초등학교 행사 취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사천의 한 초등학교는 올 9월부터 예정된 일본과의 방문 국제교류를 취소시켰고, 일본 기후현과 교류하던 창원의 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이 방문을 취소한 사연도 NHK에 소개됐다.
의정부의 한 지역 커뮤니티에는 지난 30일 ‘불매운동 티 나눔합니다’란 제목으로 “직접 제작한 불매운동 티셔츠 입니다. 초등학생 17호 사이즈 1~2학년 입을 수 있는 옷입니다”라며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제작해 입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티셔츠에는 “나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문구와 함께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유관순 열사 등의 사진이 함께 새겨져 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올 여름 가족 피서지 룩으로 강추하고 싶은 디자인이다”, “너무 멋진 가족이다” 등 호평을 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녀의 불매운동 소식을 전하는 글들도 많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최근 자녀의 불매운동 의식에 다소 놀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A씨는 “자녀가 일본에서 우리나라 반도체랑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요한 부품 공급을 중단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 피규어를 안 사줘도 된다고 했다”며 불매 운동에 동참하고 있음을 알렸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9세인 큰 아이가 일본만화인 엉덩이탐정을 좋아한다. 이번에 영화로 개봉될 예정인데 아이가 ‘뭐하러 보러 가냐. 보러 가자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며 “또 아이가 ‘(이건)암묵적인 힘든 운동’이라고 한다. 나보다 나은 딸 아이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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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초등학생들의 불매 열기를 대변하는 듯 지난 3일 트위터엔 한 장의 포스터가 올라오기도 했다. 포스터는 상단에 ‘NO’라는 큰 글씨와 아베 사진을 붙이고 “일제불매 초딩연합 참전 발표”란 제목이 붙어있다. 이어 “대한민국의 비밀병기 초딩러쉬가 시작된다”며 “보이는 게 없고 겁이 없다. 일단 마음먹으면 후퇴가 없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다. 유일하게 몰랐다가 허용된다.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는 특징을 적었다. 트윗 이용자들은 “이렇게 깜찍한 저항운동이라니”, “노빠꾸초딩이다”, “이제 초딩때문에 아베 큰일났다”는 웃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교까지 퍼진 불매운동 현상에 천안에 사는 교사 김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아이들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외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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