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1993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를 도입해 단순기능인력에 한해 외국이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받아들였다. 1990년대 말부터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3D 업종에 대한 국내 노동자들의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 2004년부터는 외국인 고용허가제(E-9 비자)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2010년 3만4,000명 규모였던 E-9 비자 신규 쿼터는 올해 5만6,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그간 외국인 근로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 1·4분기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의 외국 인력 신청률은 98.5%로 5년 만에 미달됐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생산성도 내국인 대비 87.4%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외국인 근로자의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업종 기준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보다 수요에 적합한 외국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종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외국인 근로자 정책이 현재 인력 부족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해마다 외국 인력 도입·운용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 같은 단기적인 정책으로는 임금 수준의 변화와 내국인 고용의 변화, 실업률의 변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저숙련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낮추고 실업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투자 이민제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3년 도입한 공식사업 투자이민제는 6년 동안 365건, 1,706억원의 외자유치에 그쳤다.
고학력 외국인 인력 활용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전 세계 각국은 우수 인력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국경에 장벽을 세워 이민자 유입을 막으려고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도 우수 인력 유치에는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고학력 외국인 인력의 절대다수인 약 70% 정도가 교육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반면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인력은 그 비중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국내 인재풀이 협소해 외국인 인재 영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김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외국인 인력 도입 현황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실제 노동시장 상황과 외국 인력에 대한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학력 전문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전수조사가 추진돼야 하며 지속적인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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