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집필에 참여한 ‘반일 종족주의’가 교보문고, 인터넷 서점 예스24 등에서 종합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이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 옹호 논란에다 일제시대 위안부 동원, 강제동원 등 같은 반인권적인 행위가 없었다고 주장해 거센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구역질 나는 내용”이라고 비판하자 오히려 관심이 커졌다.
이 전 교수는 “평생 비정치적으로 연구실을 지켜온 사람을 부역·매국 친일파라고 매도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보수 우파 인사들도 쓴소리를 날리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건 아니다 싶다. 이러니 보수 우파들이 친일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이다”라고 했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책을 읽고 심한 두통을 느꼈다. 저자가 뱉은 침이 제 얼굴에 튄 것 같은 불쾌함을 느낀다”며 한탄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극우 사이트에는 이 책을 샀다는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못마땅한 특정 집단이 조직적인 구매로 베스트셀러 만들기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물론 상당수 독자는 “보수 우파들은 대체 어떤 논리로 이해 못할 주장을 펴는 걸까”라는 호기심에 책을 구매했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한 셈이다. 책을 본 뒤 ‘말 같지 않은 말’이라고 분노하더라도 반대쪽 성향의 주장이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을 제외하면 인기를 끄는 우파적 시각의 일본 관련 책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 ‘논란의 베스트셀러’를 보면서 씁쓸한 심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상반기부터 쏟아져 나온 수많은 책은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회의의 정체’ ‘일본제국 패망사’ 등 일부 번역서를 제외할 경우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동원된 조선의 아이들’ ‘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등 출판사들이 몇년간 공들여 만든 책들은 창고에 처박혀 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친일파가 있다”며 분노하는 것도 좋지만 일제시대 잊힌 역사와 인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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