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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이사람] "유튜브는 민주주의 혁명...생활 속 법률상식 전하며 사회공헌 방법 찾았죠"

■유튜버로 변신한 박일환 前대법관(바른 고문변호사)

판사·대법관 등 34년 경험 살려

'차산선생법률상식' 채널 개설

작년말부터 매주 법률지식 나눔

구독 3만 '스타 법조인 유튜버'로

광고 등 수익 요건 갖췄지만 거절

"길거리 주장, 유튜브로 대체 가능

개인도 얼마든지 언론 자유 누려

콘텐츠 고갈되지 않는한 방송 지속"





“법관 옷을 벗을 때 대법관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에 공헌을 해봐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더라고요. 대학 강의도 기회가 없고 무료 법률 상담을 제공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유튜브로 판례나 사법제도를 소개해보니 이거다 싶었습니다. 어디에 글을 발표하는 것보다 (영향력 면에서) 더 나은 듯합니다.”

판사·대법관 등 34년 경험 살려

‘차산선생법률상식’ 채널 개설

작년말부터 매주 법률지식 나눔

구독 3만 ‘스타 법조인 유튜버’로

광고 등 수익 요건 갖췄지만 거절

16일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만난 박일환(68·사법연수원 5기·바른 고문변호사) 전 대법관의 명함에는 다른 법조인에게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표식이 있다. 바로 ‘유튜브’ 로고다. 그는 명함 하단에 유튜브 로고와 함께 큼지막하게 적힌 ‘차산선생법률상식’이라는 문구를 가리키며 “명함에 넣은 지 며칠 안 됐다”고 웃어 보였다. 차산선생법률상식은 박 전 대법관의 할아버지가 지어준 호 ‘차산’을 차용해 만든 그의 유튜브 채널 명칭이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유튜버로 변신해 일반 국민들에게 법률 상식을 전하며 수개월 만에 일약 ‘스타 법조인 유튜버’로 도약했다. ‘유튜버 중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신 분’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댓글처럼 전직 대법관이 유튜브로 소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남녀노소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지난해 연예인들의 ‘빚투’ 사건이 사회 이슈화된 데 따라 ‘부모의 빚’이라는 주제로 첫 방송을 시작해 ‘보석제도’ ‘특허법원의 역사’ ‘이혼의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부동산 등기 법리’ 등 일반인들이 흔히 관심을 가질 만한 쏠쏠한 법률 지식을 지금까지 총 36회 방송으로 전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3월까지만 해도 80명에 불과했던 구독자 수는 최근 3만명을 돌파했다.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 직접 유튜브 분석 화면을 보여주며 “처음에는 34세 이하 젊은 층 비율이 75%에 달했다가 지금은 35세 이상 중년층 비중이 49%까지 늘었다”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 2%를 비롯해 외국에서의 시청 비중도 6%에 이른다”며 “회사에 새로 들어오는 신입 변호사들도 알아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에게 유튜브가 처음부터 익숙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1978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2012년 7월 대법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34년간 내리 판사 외길만 걸었다. “내 또래는 유튜브를 보지 않으니 지금도 내 방송에 반응도 없고 알려줘도 잘 모르더라고요”라며 멋쩍어 하는 박 전 대법관의 말처럼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 역시 유튜브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았다. 그러다 회사 대표의 유튜브 방송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을 확인한 딸 박정임 메리츠자산운용 애널리스트가 아버지에게 방송을 적극 권하며 유튜브 세계에 본격 뛰어들었다. 주제 선정부터 원고 작성, 휴대폰 촬영 등은 박 전 대법관이 직접 처리하지만 편집과 자막 작업, 영상 업로드는 박 애널리스트가 전담하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딸이 삼각대와 마이크를 먼저 사 들고 왔길래 호기심에 첫 방송을 찍어봤다”며 “인터넷상에 올라간 영상을 보니 처음에는 나도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로 퇴근 후 집에서 촬영하는데 휴일에는 장소를 바꿔보려고 사람이 없는 야외로 가기도 한다”며 “구독자를 늘려보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 4세인 손녀딸도 종종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손녀가 아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길거리 주장, 유튜브로 대체 가능

개인도 얼마든지 언론 자유 누려

콘텐츠 고갈되지 않는한 방송 지속”



박 전 대법관의 영상은 1회당 1~5분가량이다. 자기 홍보 차원에서 유튜브를 활용하는 변호사들도 이미 몇몇 있지만 박 전 대법관은 오로지 사회공헌 차원에서 유튜브에 접근했다. 이 때문에 현재 수익을 낼 요건을 채웠으나 이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높아진 인기 덕에 광고촬영 제안까지 들어왔지만 결국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대법관은 “아직 악플은 거의 없고 긍정적 반응이 99%”라며 “찍다 보면 영상 분량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길면 사람들이 잘 안 보게 돼 4분 내로는 끊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 8개월째 매주 방송을 이어가다 보니 유튜브에 대한 박 전 대법관의 생각도 전향적으로 변했다. 박 전 대법관은 “유튜브는 민주주의의 혁명”이라며 “유튜브 문화가 정착될 경우 민주주의의 혁명적 발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가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보고 듣게 하기 위함인데 유튜브 방송은 이런 기능을 효율적으로 대체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헌법에 언론·출판의 자유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자유가 언론사·출판사라는 기업을 통해야 실현되다 보니 일반 시민은 집회나 시위에 나가야 했다”며 “이제 일반 개인도 유튜브를 통해 얼마든지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언론·출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 민주주의 발전에 정말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콘텐츠가 고갈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창구로 유튜브 방송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34년 법조 인생’의 법률 방송이 유튜브로 저장하는 일종의 ‘법조 역사 기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박 전 대법관은 “불구속 재판을 정착시킨 영장실질심사제도, 특허법원 도입 등이 벌써 20년도 넘었는데 아마 현직 법조인 중에도 그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 제도가 국회를 통과한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옛 경험을 이런 식으로 전달하다 보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기로 쓴 판결문 초고로 우선 선고하고 판결문 원본을 직원들이 타자로 쳤기 때문에 재판 당사자가 최종 완성본을 받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며 “워드프로세서가 나오면서 완성된 판결문 원본으로 바로 선고하는 게 가능해졌는데 이게 현실화되는 데만 무려 50년이 걸렸을 정도로 사법 발전 과정에 에피소드가 많다”고 소회했다. 그는 “책을 쓰려고 해도 이제는 사람들이 책을 잘 안 보니 부담된다”며 “거꾸로 유튜브 방송 내용을 책으로 내는 방안은 고민해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전직 고위 법관이던 그는 전관의 역할에 대한 사회 인식도 조금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법관은 “변호사란 정상적인 활동을 할 경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인데 전직 판검사라고 해서 이를 무조건 막는 건 불합리하다”며 “오히려 개인사무소를 여는 것보다 로펌에 입사할 경우 세무 문제나 브로커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He is…

△1951년 경북 군위 △1969년 대구 경북고 △1973년 서울대 법학과 △1973년 제15회 사법시험 △1975년 사법연구원 5기 △1978년 서울민사지법 판사 △1988년 헌법재판소 파견 △198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1991년 춘천지법 부장판사 △1993년 사법연수원 교수 △1998년 특허법원 부장판사 △2000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2003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2006년 대법관 △2009년 법원행정처장 △2013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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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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