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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캐릭터의 진화...'인종·性 경계' 허문다

■글로벌 콘텐츠 주무르는 디즈니 왕국

서구 중심주의·보수적 여성관 벗어나

시대상 반영하며 다양성 가치에 주력

흑인 인어공주·마동석 등 亞배우 발탁

첫 성소수자 히어로물까지 출격 준비

‘인어공주’의 실사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핼리 베일리(오른쪽).




마블스튜디오의 신작 ‘이터널스’에 캐스팅된 배우 마동석(오른쪽)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문화 콘텐츠 페스티벌 ‘2019 코믹콘’ 행사에서 함께 출연 예정인 연기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마동석 인스타그램


영화 ‘알라딘’에서 재스민 공주를 연기한 나오미 스콧.


최근 월트디즈니가 ‘인어공주’ 실사영화의 주인공으로 흑인 배우인 핼리 베일리를 캐스팅하면서 한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베일리 특유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캐릭터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한 반면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디즈니는 원작 팬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반대 여론에 대해 “‘인어공주’의 원작자는 덴마크인”이라며 “덴마크인이 흑인일 수 있기 때문에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디즈니가 계획 수정 없이 이런 논란을 정면돌파하는 것은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흑인·아시아인·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티켓 파워가 커지고 성(性)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무너진 만큼 작품의 바탕에 깔린 세계관을 끊임없이 혁신해야만 ‘콘텐츠 왕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디즈니가 처음부터 다양성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과거 디즈니는 서구 중심적 시선을 지닌 콘텐츠와 구태의연한 여성 캐릭터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알라딘’ ‘포카혼타스’ ‘캡틴 아메리카’ 등이 대표적인 경우였다.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 호된 학습을 한 디즈니는 최근 들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을 작품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1995년 작품인 ‘토이 스토리 2’에서 주인공의 여자친구로 주변부에 머물렀던 보핍은 올해 개봉한 ‘토이 스토리 4’에서는 주인공의 홀로서기를 유도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났다.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알라딘’의 재스민 공주는 원작에서와 달리 “입을 막아도, 손발을 묶어도, 난 절대 침묵하지 않아”라고 노래하며 관습을 깨고 왕위를 계승하기도 했다. ‘알라딘’은 세계 흥행 수익 10억달러를 돌파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가치관에 발 빠르게 보조를 맞추는 것이 곧 관객몰이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전설인 ‘백설공주’ 실사판은 독사과를 먹고 깊은 잠에 빠진 공주를 여동생이 일곱 난쟁이와 함께 구해내는 자매 얘기로 재조명할 예정이다.





여성 캐릭터의 진화와 함께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의 핵심 캐릭터를 아시아권 배우에게 맡기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연기로 충무로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마블리’ 마동석은 내년 11월 개봉하는 마블스튜디오의 신작 ‘이터널스’에서 주인공 히어로 중 하나인 길가메시를 연기한다. 앤젤리나 졸리, 셀마 헤이엑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도 할리우드의 특급 스타들이다. 마동석은 “야구선수로 치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불러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말도 안 되는 좋은 일이 생겨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감격해 했다.

내년 3월 공개되는 디즈니 ‘뮬란’ 실사판에는 1,000대1의 오디션을 뚫고 낙점된 리우이페이를 비롯해 리롄제·전쯔단 등 중화권 스타가 총출동한다. 중국 남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전통적인 성 역할을 거부하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여성 영웅 서사를 한층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2021년 2월 개봉 예정인 ‘샹치’는 중국계 히어로를 내세운 액션 영화다. 이 작품의 주인공 샹치는 원작 만화에서 암살자로 키워졌다가 정의로운 무술 고수로 변신하는 캐릭터다. 중국계 캐나다 배우인 시무 리우가 이 캐릭터를 연기한다.

마블 역사상 최초로 성소수자(LGBTQ) 히어로물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토르’ 시리즈에서 테사 톰프슨이 연기해온 발키리가 첫 주자로 지목된다. 앞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마지막 대목에서 아스가르드의 새로운 왕이 된 발키리 캐릭터에 대해 톰프슨은 “새로운 왕으로서 그녀는 여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답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했다. 김봉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어린이와 가족을 주요 관객층으로 설정하는 디즈니의 작품들은 과거에는 보수적인 세계관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들어서는 대중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진취적인 가치관을 수용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세계 관객 흡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즈니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지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시대 변화에 뒤처지는 마케팅으로 네티즌들의 십자포화를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라이온 킹’ 개봉을 앞두고 디즈니코리아는 암사자 캐릭터인 ‘날라’를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사바나의 예비 영부인’ 같은 수식어로 묘사한 게시물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리면서 ‘젠더 감수성이 한참 부족한 홍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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