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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NO" 외치며 수십만명 거리 행진...충돌은 피했다

■中 무력개입 위협속 홍콩 대규모 시위

"경찰 폭력 절대로 못받아들여

정부 잘못하면 언제든 나서야"

중학생·노인·주부 등 대거 참여

英 이어 EU도 "자치권 보장" 촉구

1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시위 참가자들이 ‘의료기관 종사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행진한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서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홍콩) 경찰의 폭력에 매우 분노하고 있습니다. 경찰에게 ‘노(No)’라고 말하는 것이 오늘 집회 참석의 가장 큰 목적입니다.”

18일(현지시간) 11주차에 접어든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주말시위에 참여한 상점 직원 앰버(여·30)씨는 이렇게 말했다. 집회 장소인 홍콩섬 빅토리아공원에는 정오께부터 검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앳된 얼굴의 중등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들, 어린 자녀가 탄 유모차를 밀거나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들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모습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에도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70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만명 이상 참가한 대규모 주말시위로는 지난 6월 이후 11주째이며, 100만명 이상 집회로는 6월9일(100만명)과 같은 달 16일(200만명)에 이어 세번째다.

시위 참여자의 상당수는 홍콩 경찰의 폭력을 동원한 시위 진압에 분노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이 공공연하게 무력개입 위협을 한 것에도 반발했다. 집회에 참석한 제니 추(60)씨는 “정부가 잘못하면 언제든 시위를 해야 한다”며 “경찰의 폭력을 홍콩 시민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오히려 이날 시위를 폭력사태 없이 진행되도록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위대와 경찰 모두 신중하게 움직이며 무력충돌을 피했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시민사회 연합단체 민간인권전선은 “경찰의 요구에 응해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빅토리아공원을 빠져나간 수십만의 시위대는 곧 시내로 행진하며 코즈웨이베이·완차이·애드미럴티·센트럴 등으로 이동했다. 시위대가 손에 든 형형색색의 우산으로 길 곳곳이 가득 찼다. 당초 경찰은 집회만 허용하고 행진은 불허했지만 사실상 충돌 없이 시위대의 행진을 용인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에 3,000여명의 경찰과 100여명의 폭동진압 경찰을 투입했지만 최근 시위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시위대와의 충돌을 최대한 피했다.





시위대는 대규모 평화시위로 송환법 철폐를 확실히 하고 더 나아가 홍콩의 민주화도 확대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집회 참석자들은 △송환법 완전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 폭력에 관한 독립적 조사 △보통선거 실시 등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로써 홍콩의 송환법 반대 주말시위가 7주 만에 처음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인 17일 열린 시위가 폭력사태 없이 끝나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8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을 ‘최루탄 없는 토요일 밤이 지나가 홍콩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로 내걸었다.

17일 홍콩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공원에서는 주최 측 추산 2만2,000여명의 교사들이 모인 가운데 송환법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친중파 인사들도 대거 거리로 나와 ‘홍콩 안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후5시부터 홍콩수호대연맹이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에 있는 타마공원에서 ‘폭력 반대, 홍콩 구하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친중집회에서 주최 측은 참석자를 47만6,000명(경찰 추산 10만8,000명)으로 추산했다.

최근 친중 시위대도 늘어나는 것은 시위의 폭력화에 홍콩 중산층이 불편한 감정을 갖는 것과 연결돼 주목된다. 앞서 홍콩 최고 부호인 리카싱도 16일 문회보·대공보 등 친중 성향의 홍콩 매체에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 대변인은 폭력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대변인은 “법을 안중에 두지 않는 폭력시위자들을 법에 따라 응징할 것”이라면서 “집회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평화적이고 이성적인 방식으로 견해를 표현하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를 두고 중국과 미국·유럽연합(EU) 등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영국에 이어 EU도 중국을 비난하며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포함한 근본적인 자유와 ‘일국양제’ 원칙 아래 홍콩에 대한 높은 수준의 자치권은 기본법과 국제적 협정들에 명시돼 있으며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홍콩 시위 사태는 내정 문제”라고 반발했다. 18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원회 대변인은 “(일부 해외 인사들은) 홍콩 경찰의 법 집행을 폭력적인 진압으로 왜곡하는데 이는 법치정신에 반하는 노골적인 이중잣대로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홍콩=전희윤기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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