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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병이 아니라 삶의 요소라고 신화는 말하죠."

김은정 연극연출가 "신화 속 콤플렉스를 발견해
자신의 상처와 만나게 되면 치유의 시작 신호탄"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

  • 장선화 기자
  • 2019-08-20 09:33:13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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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병이 아니라 삶의 요소라고 신화는 말하죠.'

“콤플렉스는 도려내야 할 암 덩어리가 아니라 삶을 이루는 요소입니다. 진짜 그런지를 신화에서 확인해 보자는 것이지요. 신화를 탐독한다고 해서 콤플렉스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 원인이 되는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때가 바로 치유의 시작이겠죠.”

‘콤플렉스의 시대, 신화와 비극에서 위로를 찾다’를 쓴 김은정(사진) 연극연출가 겸 작가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나 마음에 남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신화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같이 설명했다.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에 실린 이 글은 페드르, 메데이아 등 신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속 캐릭터를 통해 콤플렉스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의 상처와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하고 있다. 김 연출가는 “자신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자식마저 죽인 괴물 같은 여자인 메데이아는 당시 비주류에 속하는 인물로 그리스인이 아니라 콜키스라는 야만족의 여인이었다”면서 “이후 메데이아는 고대 그리스 시인이었던 에우리피데스에 의해 남편에 대한 변절의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여인에서 그치지 않고, 복수의 칼을 빼든다. 자식의 등에 칼을 꽂음으로써 당대 여성들의 상실된 권익에 대한 항거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화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져 내려온 인류 문명의 원형(archetype)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재해석 되어왔다. 특히 고대 그리스의 희극과 비극에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는 “인류 문명에서 탄생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신화는 한 번도 완결된 적이 없었다”면서 “스스로 고찰하면서 살아있는 상태 존재했으며, 누군가 건져 올려 새로운 이야기를 덧씌워왔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가는 이어 “ 남성 중심 사회였던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인데다 이방인인 메데이아를 혐오스러운 존재로 해석했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메데이아의 행위에서 모성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서 “연극은 물론 영화 등 오늘날 스토리 산업에서 신화를 모티브로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세대를 아우르는 생명력을 가진 이유는 인류 전체가 공감하는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출가는 책에서 콤플렉스를 질병으로 간주하는 현대 사회에서 신화를 통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전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미술원에서 무대미술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8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한 그는 대학로에서 젊은 여성 연출가로 연극 ‘블로우업’ ‘ 불면’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김 연출가는 “문학은 물론 예술계에서는 신화 공부가 필수”라면서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중에는 완벽한 존재를 찾기 어렵다. 초월적 신의 일방적인 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란 불완전한 신의 모습을 통해 인간에게 삶에 이치를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완전한 신의 모습에서 자신의 상처와 만나게 되는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상처는 더 이상 상처로 남지 않게 된다”면서 “질투, 복수, 증오 등 음습한 곳에 숨겨놓았던 마음 한 쪽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전문가답게 김 연출가는 책에서 팜므파탈의 원형으로 알려진 페드르, 혐오의 상징이 된 여자 메데이아 등의 비극이 현대에까지 이어져 온 스토리의 힘과 신화의 역할 그리고 신화를 통해 자신과의 화해 등을 제안한다.

연극연출가로서의 각오도 밝혔다. 김 연출가는 “연극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오락물로서 출발했지만 복잡한 현대의 미디어 시대에도 살아있으면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면서 “고대 그리스 희극과 비극에 등장하는 인물을 되살려 현대인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활짝 웃었다./사진·글=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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