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그 흔한 PC방도 안 가고 열심히 공부해서 고대 입학했어요. 그런데 누구는 시험도 없이 입학했다고 하니 화가 나는 거죠.”
“대학생뿐 아니라 명문대 입학을 바라보고 공부하는 고등학생 동생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의 부정입학 의혹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혹이 해명될 때까지 집회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2030세대의 분노가 조 후보자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서울대·고려대 대학생들은 각 대학 캠퍼스에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었다. 두 집회 모두 당초 주최 측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참여하면서 이날만 총 1,000여명이 촛불을 든 것으로 파악됐다.
집회가 열린 고려대 중앙광장 곳곳에는 ‘정의와 진리 앞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고려대는 조씨의 입학과 관련된 진실을 밝히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자유·정의·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조씨의 입학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조씨의 스펙에 조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겨냥해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를 부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선언문에서 “(집회를 주최한 우리는) 취업을, 학점을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이나 지금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은 우리 같은 사람이라도 나서야 하는 행동의 당위성을 줬다”며 “학교는 조씨의 입학 당시 자료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씨는 고교 재학시절 2주 인턴을 하고 영어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후 논문 게재를 활용해 2010년 고려대에 부정 입학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려대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조씨의 입학 관련 자료를 전량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법무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구호가 쏟아졌다. 집회를 주최한 대학원생 홍진우씨는 “저는 저소득층 수업료 50% 면제 장학금을 받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납부했다”면서 “자산이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조국 교수님의 자녀는 어떻게 2학기나 연속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냐”고 비판했다.
이날 두 집회는 행사 내내 특정 정당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 태극기를 든 사람 등의 참가를 배제하는 데 주력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이 해명될 때까지 집회를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30세대의 분노가 확산될 경우 조 후보자 본인은 물론 현 정권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집회 외에 학생들의 시국선언도 쏟아졌다. 단국대 천안캠퍼스 학생들로 구성된 연구부정비상대책위원회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계는 일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대한민국 교육이 공정하다고 하는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연구윤리위원회 결과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씨가 현재 재학 중인 부산대 총학생회 역시 “국민적 관심이 크고 학우들의 큰 박탈감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안”이라면서 “대학본부와 의학전문대학원이 철저하게 조사해 정확한 진실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대학생 모임’은 개구리와 가재 가면을 착용한 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왜 본인은 정작 붕어·개구리·가재를 희생시키고 딸을 용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며 “국민을 개돼지·가재·붕어·개구리 취급하는 조국은 법의 정의로움과 엄중함을 절절히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지영·허진·손구민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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