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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지질도, 기초연구 데이터의 저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김복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기원전 1150년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인 람세스 4세가 대규모 사원을 지었다. 여기에 사용된 암석과 채석장 위치 등을 두루마리 형태의 파피루스 종이에 기록으로 남겼는데 이것이 인류 최초의 지질도이다. 1801년 영국은 대규모 운하를 건설하며 공사에 사용될 암석을 조사하고 분류해 지도 위에 스케치 형태로 표현했는데 이것이 근대적 개념의 지질도의 시작이다.

지질도란 어떤 지역의 지표에 드러나 있는 암석 분포·지질구조·지층 상태 등을 지형도 위에 색채·기호·선 등으로 나타낸 도면을 가리킨다. 지질도에 수록된 정보는 크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작게는 우리나라의 토지이용, 국토개발, 환경, 자원, 재해, 관광, 안보 등 그 활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 국가를 경영하고 국민들이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는 데 가장 기초가 되는 국가기반 정보다.

대한민국에서 지질도를 제작하는 곳은 정부출연연구원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유일하다. 연구원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축척(1:2,500, 1:2.5만, 1:5만, 1:25만, 1:100만)의 지질도를 발간하는데 이 중 1:5만 축척의 지질도를 ‘국가기본지질도’라고 한다. 1900년대 초부터 무려 100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국가기본지질도 작성 사업은 우리나라 전역을 359개 구역으로 나눠 조사와 발간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전체 면적의 95%를 발간했고 2025년 100% 발간이 완료된다. 연구원은 2020년부터 우리나라를 47개 지역으로 나눠 1:10만 축척의 새로운 지질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향후 40년 동안 진행되며 여기에는 중금속·방사성 물질·인체유해 물질 등 환경지질 정보가 새롭게 포함되고 무엇보다 국민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국민수요 맞춤형 지질도로 제작된다.



지질도 제작과 같은 다학제적인 기초연구는 수십 년부터 길게는 100년이 넘는 오랜 연구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간다. 물론 30년 전 지질도와 현재 지질도에는 그동안의 과학기술 발전의 결과가 반영돼 정밀도와 결과 해석 등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데이터와 경험이 축적되며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제와 현상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이를 다시 풀어가며 완성도를 더욱 높여간다. 결국 기초과학은 더디지만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다양한 데이터와 기술로 축적되고, 이들이 점차 확장돼 원천기술로 진화하며 사람과 조직 속에 자리 잡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데이터와 정보는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연결되는 가치사슬의 핵심요소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데이터 분야의 격언이 있다. 좋은 데이터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데이터의 본질을 강조한 말이다. 정확성이 생명인 과학기술 분야에서 원(源)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좋은 데이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은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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