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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몰카찍다 현장에서 붙잡힌 A씨, 항소심서 '무죄' 받은 이유는?

법원 "압수 휴대전화 사후 영장을 발부 안받아 증거 불인정"

/연합뉴스




현장에서 체포된 불법촬영 혐의 피고인이 경찰관의 미흡한 수사로 인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오원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1심에서는 A씨에게 벌금 7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취업제한 2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6일 오전 8시경 서울시내 한 전철역 계단에서 휴대전화로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지하철수사대 경찰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현장에서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는 6일 전부터 지하철 1호선 역과 6호선 역을 옮겨 다니면서 여성 13명, 총 18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한 동영상이 담겨 있었다.

경찰관은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를 탐색해 저장된 범죄 동영상을 캡처하고 파일을 복제해 증거를 추출해 사건을 송치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이 휴대전화와 동영상 파일 등이 적법한 절차로 수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없는 압수수색은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폭파범이나 유괴범 등이 예외된다.



상황이 급박해 범행 도구를 현장에서 임의 제출 받았더라도 사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A씨를 검거한 경찰관은 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를 탐색해 증거를 추출하는 과정에서도 A씨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때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재판부는 “최근 수사 실무상 체포 현장에서 피의자가 소지한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영장 없이 저장정보를 탐색한다”며 “그러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의 양이 막대하고 민감한 정보가 많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수사 관행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찰관은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거나 이후 휴대전화를 탐색할 때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적법한 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의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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