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한일 외교 국장급 협의가 29일 서울에서 열렸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마주한 것은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이후 9일 만이다.
김 국장과 가나스기 국장은 이날 오후 도림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났다. 가나스기 국장은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면서 어떤 얘기를 나눌 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만남에서 양국 간 입장 차가 좁혀졌을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나스기 국장은 백색국가 제외는 강제 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것이 아닌 ‘수출관리제도 재검토’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가나스기 국장은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 번복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한일 갈등의 원인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둘러싼 이견 해소 방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국장은 한국이 지난 6월에 제안한 이른바 ‘1+1(한일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 방안을 토대로 해법을 찾자고 촉구하고 가나스기 국장은 이에 대해 ‘한국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해야 한다’고 반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다.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하고 일본이 전날 한국을 수출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본이 백색국가 제외 방침을 철회한다면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편 가나스기 국장은 김정한 국장과의 회동을 마치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만나 한일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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