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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 순찰·비상벨·동행…'여성 밤길' 지키는 사람들

■서대문서 범죄예방진단팀 동행

CCTV 등 시설 상시 점검·합동 순찰

범죄예방진단팀 취약지역 매의눈 감시

지자체도 협업 '여성안심' 대책 활발

"인프라·인력 태부족"…방범 한계도

서대문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 경찰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일대 여성안심귀갓길에 설치된 방범시설을 점검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서대문경찰서에서 점검 나왔습니다. 잘 들리십니까?”

김지민 서대문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 순경이 서울 서대문구 신촌 골목길의 한 가로등에 부착된 비상벨을 누르고 말했다. 김 순경이 벨을 누른 지 3초도 되지 않아 가로등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잘 들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 순경은 “비상벨은 112종합상황실과 연결돼 있다”며 “비상시 벨을 누르고 말하면 상황실에서 상황을 인지한 직후 경찰이 출동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7일 오후8시 서대문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원들이 관할지역 내 여성안심귀갓길에 설치된 방범시설 상태점검을 위해 경찰서를 나섰다. 생활안전계 소속인 이들은 이날 관내 안심귀갓길 17곳 중 가장 외진 북아현동을 비롯해 신촌의 연립주택·모텔 밀집지, 봉원동 일대 등 3곳의 시설을 점검했다. 점검해야 할 방범시설은 비상벨과 방범용 폐쇄회로(CC)TV, 바닥에 줄을 지어 부착돼 푸른빛을 내는 ‘쏠라표지병’, 안심귀갓길임을 알리는 조명 ‘로고젝터’ 등 총 여덟 가지다. 이 시설들은 경찰서와 구청이 함께 관리한다. 정원철 경장은 “안심귀갓길을 돌며 고장이 나거나 훼손된 시설물이 있으면 노트에 기록한다”면서 “시설물 점검기록을 서대문구청과 공유하면 구청에서 시설물 유지·보수를 책임진다”고 말했다.

범죄예방진단팀은 오후9시부터 북아현동 자율방범대원들과 합동순찰을 진행했다. 자율방범대는 지역 주민들이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과 협력해 취약지역을 순찰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봉사조직이다. 이날은 어두운 골목을 걷던 50대 여성의 귀갓길에 방범봉으로 시야를 밝혀가며 동행했다. 10년째 자율방범대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오내성(52)씨는 “지난해 여름 밤늦은 시각 자동차에 기대 잠든 여성을 발견해 지구대에 신고했다”면서 “동네 치안에 일조한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서 9,000건 넘는 성폭력 발생…여성안전 ‘빨간불’=서대문서 범죄예방진단팀이 안심귀갓길 순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최근 들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면서 치안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6월 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으로 혼자 사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태다. 7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57%가 범죄 발생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에서만 매년 9,000건이 넘는 성폭력이 발생하고 주거침입 성범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3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성폭력 발생 건수는 2016년 8,342건, 2017년 9,961건에 이어 지난해 9,102건을 기록했다. 주거침입 성범죄 발생 건수도 2017년 41건에서 지난해 58건으로 늘었다. 2017년 성폭력 피해자 중 여성의 수(2만9,272명)가 남성(1,778명)의 약 16.5배였다는 통계청의 분석은 성폭력 등 범죄에 노출된 이들의 상당수가 여성임을 방증한다.

서대문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 경찰관과 자율방범대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일대에서 여성주민의 귀가를 돕고 있다./이호재기자




◇“여성이 안전한 도시 만들자”…전방위 대책 마련 나선 경찰=여성안전에 경고등이 켜지자 경찰이 최근 전방위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부터 ‘여성안전 종합치안대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여성안전정책추진TF의 팀장을 경무관급에서 치안감급으로 격상하고 기존에는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만 열던 회의를 주 1회로 정례화했다.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현장조치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업무도 시작했다. 또 서울시내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중심으로 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 실무자들과의 정기회의를 통해 실효성 있는 여성 관련 정책을 만들 기회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여성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목소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서울 지역 경찰서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여성안전대책을 이달 말까지 수립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여성인구가 가장 많은 송파구를 관내로 하는 송파경찰서는 범죄통계시스템(CSS)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성 대상 범죄 발생 취약지역과 시간대를 분석하고 관내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치안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맞춤형 대책을 수립했다. 노원경찰서 역시 후미진 골목에는 어두운 아스팔트 노면이 아닌 밝은색의 바닥 디자인을 적용해 여성 관련 범죄에 대한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 부족한 인력은 ‘걸림돌’=이 같은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성 대상 범죄를 줄이고 여성 1인 가구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충과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귀갓길 길이에 비해 방범시설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은 늘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일례로 서대문구 안심귀갓길 중 가장 긴 북아현로22길 인근 안심귀갓길은 총길이가 552m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설치된 비상벨은 2대, 방범용 CCTV도 2대뿐이다. 쏠라표지병과 로고젝터는 한 대도 없다. 정 경장은 “방범시설을 점차 늘려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예산 문제가 개입돼 있어 구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들 시설을 점검하고 순찰하는 경찰 인력은 빠듯한 규모다. 서대문경찰서의 경우 범죄예방진단팀이 경찰관 3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력이 많지 않아 시설점검이나 순찰을 매일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여성안전을 위해서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이 중요하다. 서대문구의 경우 주택 밀집지역의 여성 1인 가구 등에 무인택배함을 설치해 범죄를 줄이는 ‘여성안심택배함’을 비롯해 여성들의 안전귀가를 지원하고 안전 취약지역을 순찰하는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 민간 개방화장실을 불법촬영장비 탐지기로 정기점검하는 ‘여성안심보안관’ 등 여성들의 체감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 인력을 확충하기 힘든 만큼 지자체가 방범시설 설치 확대와 순찰 인력 지원 등을 위해 예산을 적극 투입할 필요가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성안심정책은 관내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며 “예산을 확충하고 인력을 늘려야 경찰과 지자체가 추진하는 여성안심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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