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공공부문이 직접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를 총 10만 개 늘린다. 정부는 저소득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소일거리’나 다름없는 일자리만 늘리는 것이어서 고용의 질은 물론 지속성 여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예산을 총 1조1,955억 원으로 편성해 총 74만 개의 직접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3일 발표했다. 올해 예산 9,138억 원(추가경정 포함)보다 30.8% 늘어난 규모다. 일자리 수는 총 64만 개에서 74만 개로 10만 개 늘어난다. 올해 직접일자리 수가 84만 개에서 96만 개로 증가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이 노인 일자리로 채워진 셈이다.
정부는 내년 노인 인구 증가에 대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올해 대비 44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나영돈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노인일자리에 대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 일자리들에 연속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내년도 일자리예산 총 396억 원을 전부 직접일자리로 편성한 환경부는 이날 개최된 12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에 단기일자리인 ‘국토청정 일자리’를 총 2,919개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해안가·어항·낚시터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투기를 감시하는 ‘바다환경지킴이’ 1,000명 △집중호우 시 하천·하구 쓰레기 수거원 534명 △하천 오염행위를 감시하는 ‘5대강 환경지킴이’ 385명 △환경분야 은퇴자에게 미세먼지 배출원을 감시하게하는 미세먼지 감시단 1,000명(올해 추경, 2022년까지 유지) 등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며 해마다 사업이 반복되니 (환경)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계약을 갱신할 예정”이라며 “각 지역에서 채용을 진행하니 어쩔 수 없이 노인들이 뽑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안·하천 청소·오염 감시 등 ‘소일거리’에 노인 일자리 재정을 쏟아붓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지표 중심의 일자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안전망이 불안한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20~40대 일자리를 위한 장기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주 9시간 일자리를 4분의 1개 만큼의 고용창출로 계산하면 고용지표는 오히려 악화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대비 4조5,000억원 증가한 총 25조8,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축소해 국민취업지원제도로 통합한다. 정부는 신산업분야 중소기업 채용자를 육성하기 위해 1,194억 원을 들여 공동훈련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일자리위원회는 산업 구조 변동으로 고용위기가 예상되는 지역에는 지자체 공모를 받아 연간 30~200억 원을 5년간 지원하는 ‘고용위기 선제대응 패키지’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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