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더운 날이었다. 사흘째 계속해서 햇빛이 눈부시게 비친다. 자전거를 타고 둔을 거쳐 던블레인으로 갔다. 가는 길은 나지막한 언덕에 나무가 우거진 구릉이었고 멀리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길은 대부분 티스 강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다. 귀리 추수가 시작되었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이디스 홀든이 쓴 ‘컨트리 다이어리(키라북스 펴냄)’ 중 일부다. 1971년 영국 우스터셔 킹스노턴에서 태어난 이디스 홀든은 당시 여성으로는 드물게 버밍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여러 책에 삽화를 그렸다.
1906년 올턴이라는 작은 마을 한 여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주변의 자연을 관찰해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녀가 남긴 자연 관찰 기록은 1977년 조카 손녀에 의해 영국에서 처음 책으로 출간됐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에서 63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반응은 뜨거웠고 영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도서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디스의 그림을 사용한 노트, 카드, 다이어리 등 문구류가 등장했고, 도자기와 패브릭 상품까지 제작되었다. 2015년 선데이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가장 많이 팔린 책 4위에 오르기도 했다.
미술 교사이자 작가로 활동했던 그녀의 유작 ‘컨트리 다이어리’가 번역 출간됐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자연을 관찰해 글과 그림으로 남긴 이 책은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갔던 작가의 삶이 오롯이 담겨있다. 번역을 맡은 황주영 박사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미술사를 공부한 학자로 식물과 새에 대한 정확한 번역을 하기에 적임자였다.
손 글씨와 그림으로 가득한 책을 넘기고 있자니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져 온다. 그림과 글 그리고 시를 읽고 잠시 눈을 감고 있자니 영국의 작은 마을 숲 속을 거니는 기분 마저 든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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