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의 조합비가 지난해말 153억원에서 9월 현재 72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7년 설립된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비를 차곡차곡 모아 지난 2017년엔 173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계속된 파업으로 지난해 153억원으로 줄었고, 올해 6월엔 134억원까지 감소했는데 석달새 60억원 가량이 날아가 버렸다. 노조는 파업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참여 조합원에게 ‘파업참여지참금’을 지급한다. 파업 시간만큼 못 받은 임금을 노조가 한두 달 뒤 조합비에서 보충해주고 있다. 올해 5월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된 파업에 조합원의 참여가 늘면서 조합비가 단기간에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노조비가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회사측이 가입류 등까지 신청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자금 압박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회사측은 지난 5월 말에 열렸던 법인분할 주주총회 당시 주총장을 점거하고 생산을 방해한 책임을 물어 지난 7월 30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회사는 추가로 60억원대의 소송도 낸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소송에 앞서 노조 측 재산 이동이나 사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와 간부 조합원 10명을 상대로 예금 채권과 부동산 등 30억원 가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받아들였다. 이중 조합을 상대로 한 가압류 금액은 22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비의 급격한 감소는 조직내 갈등으로 비화될 움직임이다. 노조 내 현장조직인 ‘현장희망’은 지난 3일 유인물을 통해 “현재 남아 있는 재정(조합비)이 72억원에 불과한데 사측이 22억원을 가압류한 상태고, 아직 집행하지 않은 손배가압류 금액만 60억원에 이른다”며 “여기에 7, 8월 징계자에 대한 생계비 지급이 완료될 경우 차기 집행부에 넘겨줄 조합비가 있을지조차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장희망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달 22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법인분할 반대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징계자 중 정직(24명), 해고자(4명)에 대해 생계비 지급을 결정했다. 또 출근정지 1,391명에 대해서도 기본사항 파악 후 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속노조 생계비 지원은 해고자만 해당한다. 따라서 해고자를 제외한 정직, 출근정지 조합원의 생계비는 모두 현대중공업지부에서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금속노조로부터 지원받는 생계금의 경우 금속 최저임금만 지급한다. 차액과 9개월 이후 생계비는 현대중공업지부가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는 최근 조합원에게 선물비로 1억5,000만원을 책정했다. 현장희망은 “불과 한 달 전 조합비가 부족하다고 조합비 인상을 추진하다 반대의 벽에 부딪힌 집행부가 이런 선심성 예산을 집행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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