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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공공 치안-범죄 수사' 철저 분업…살인율 절반으로 뚝

[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

<1> 지방분권 마지막 퍼즐 - 韓이 벤치마킹한 프랑스

자치경찰, 길 위 모든 치안 담당

국가경찰은 형사사건·테러 맡아

사건 기피·책임 소재 불씨 없애

상하 종속 아닌 협업 관계 구축

리옹 자치경찰들이 지난 6월 리옹자치경찰청 내 통합관제센터에서 폐쇄회로(CC)TV를 살피며 범죄예방 업무를 하고 있다. /리옹=김지영기자




지난 5월 말 프랑스 리옹시 구도심 빅토르 위고 거리의 한 빵집 앞에 소포가 폭발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5분 만에 국가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했다. 7분 후에는 자치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설치했고 15분 후에는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통제를 실시했다. 그 사이 국가경찰은 수사에 집중해 폭발물을 빵집 앞에 둔 용의자를 검거했다.

프랑스는 형사 사건과 테러 수사는 국가경찰이, 민생 치안은 자치경찰이 맡는 ‘분업형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다. 그 가운데 리옹은 프랑스에서도 가장 오랜 기간인 50년째 자치경찰을 운영 중이다. 자치경찰을 운영한 기간이 긴 만큼 리옹 자치경찰은 지역 내 치안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하면서 동시에 국가경찰과 원활한 업무분담을 이루고 있다. 오는 2022년 자치경찰제 전국 도입을 앞두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모호한 업무분담으로 인해 사건 기피, 책임소재 논란 우려가 나오는 한국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길 위 모든 치안은 자치경찰 몫=리옹에서 만난 자치경찰들은 주요 업무에 대해 “길 위의 안전 확보”라고 입을 모았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란·소동이 대형·강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 막고 해결하는 게 자신들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교통정체 해소, 주취자 난동 해결 등 다양한 업무에 자치경찰들이 투입된다. 구체적으로 오전6시까지는 리옹시 57곳에서 열리는 아침시장에 따른 교통정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 이후에는 학교·음식점·술집·공원·관광지 등을 순찰하며 치안을 살핀다. 특히 저녁시간대 비행 청소년들이 모여 절도·마약 등 관련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나 주취자 난동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순찰을 강화한다.

리옹 자치경찰들이 지난 6월 리옹자치경찰청 내 통합관제센터에서 폐쇄회로(CC)TV를 살피며 치안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리옹=김지영기자


리옹의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 달리 범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 일선의 자치경찰들도 수사권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범죄 수사보다 시민의 안전과 공공치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르낭데 앙리 리옹시자치경찰청장은 “사무실에서 수사 업무를 하는 것보다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을 담당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자치경찰은 생각한다”며 “자치경찰이 수사권은 없지만 국가경찰과 상하 종속이 아닌 상호 보완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테러에 대한 위험이 커지면서 국가경찰처럼 자치경찰도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또 현행범의 경우 자치경찰이 체포도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앙리 청장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마약·폭력·절도 등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리옹 8·9구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특히 신경 써서 보도록 하고 있다”며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현장 상황에 따라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면 리옹 자치경찰이, 현행범 체포가 어려우면 국가경찰이 출동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경찰·자치경찰 협업으로 범죄율 낮춰=치안 관리와 범죄 수사로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간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는 만큼 양측 간의 협업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리옹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운영하는 CCTV 통합관제센터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원활한 업무 협조를 지원하는 ‘후방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CCTV는 주로 국가경찰이 수사하는 사건에서 용의자를 추적하거나 검거해 기소하기 위한 증거 등으로 활용된다. 올 6월 방문했을 때도 전날 새벽 10대 청소년이 행인의 휴대폰을 훔치는 장면을 CCTV에서 포착해 국가경찰에 전달해 용의자를 붙잡았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리옹시 소속의 CCTV 통합관제센터는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CCTV를 기반으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방범시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이례적이다. 리옹시는 CCTV 화질을 고화질로 개선할 뿐만 아니라 수도 내년까지 5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민자 증가 등 사회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범죄율이 크게 낮아진 데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원활한 협업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의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은 1993년 2.6명에서 2017년 1.3명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밤에 혼자 걸을 때 안전함을 느끼는 정도는 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를 웃돈다. 한국은 66.8%로 OECD 평균 이하다.

리옹시는 최근 늘어나는 청소년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약·절도 등에 가담하는 청소년들의 범죄행위가 갈수록 대범해지고 흉악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리옹시에서는 매달 구역별로 국가경찰, 자치경찰, 구청의 지도부가 모여 회의를 개최한다. 리옹시청에서 공공치안 정책을 담당하는 로항스 에민 쿠치노 정책보좌관은 “일찍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은 성인이 돼서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만큼 이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국가·자치경찰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옹=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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