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우리 삶 전반을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바꾸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변화도 예외가 아니다. AI 공동연구자가 연구 수행에 있어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AI 공동연구자는 단순히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 과학자가 아니다. 연구의 보통 절차인 문제 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 생성, 연구 설계, 실험, 해석, 가설 검증의 단계와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함께 연구의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동료 역할을 한다. AI 공동연구자의 핵심 역량으로는 거대 파운데이션 모델을 분야 데이터에 맞춰 조정해 적은 표본으로도 일반화하는 능력, 실험의 자동화와 능동 학습이 통합된 자율 연구 반복 시스템 등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미래에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더 큰 능력도 통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문제를 정의한 후 가설을 세움에 있어 엄청난 양의 정보로부터 근거가 명확한 가설들을 빠르게 뽑아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논문과 특허, 그리고 자체 실험 결과와 정보들로부터 ‘검색증강생성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보다 정확하고 사실 기반의 가설 수립이 가능해졌다. 이를 사람이 일일이 찾아 하게 되면 효율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연구 경쟁력 자체가 있을 수가 없다. 실험 설계에서도 열역학, 물질과 에너지 수지 및 보존 법칙, 요구되는 공정상의 제약 등을 손실 함수나 탐색 제약 조건으로 주입해 모델이 물리 화학적 법칙을 어기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으로 AI 공동연구자는 이미 분자 설계와 바이오 분야 단백질 구조 설계 및 신약 개발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실험을 함에 있어서도 바이오 파운드리와 같은 액체 취급기, 센서 및 분석기 등 로봇 자동화시스템과 연결돼 초고속으로 수행이 가능하다. 그 결과들에 대한 평가와 통제는 사람 연구자가 관여하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결과들을 기반으로 AI 공동연구자가 다음 실험을 제안하게 할 수 있고, 제안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자동으로 목표 달성 시까지 반복하게 시킬 수도 있다. 이때 결과 관리의 표준이 필요하며 모델이 내린 판단 근거를 전자 연구 노트에 자동으로 남겨서 추후 재현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재료·촉매 분야는 생성 모델과 고속 합성·특성화 장비의 결합으로 새로운 재료 및 촉매의 발견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필자가 연구하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원하는 기능의 단백질을 만드는 것부터 어떠한 유용 화합물을 만들기 위한 대사 경로를 설계하는 복잡한 문제도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실제 세포의 배양을 함에 있어서도 데이터 수집과 AI 분석으로 기질 농도 변화, 산소 전달 및 발열 등을 예측해 배양 최적화에 활용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I 공동연구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자율 연구실도 등장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율 연구실에서는 자동화된 설계와 실험 계획, 로봇시스템 자동 실행, 온라인 분석, 능동 학습으로 이어지는 4단계가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불평 없이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들은 대규모언어모델이 상관을 인과로 잘못 판단하고, 그럴듯한 허구를 출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실험 설계 시 제대로 된 검색증강생성기술을 활용하고 최적화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며 윤리 문제와 지적재산권, 데이터 편향 문제와 에너지 비용까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무엇보다 사람의 질문이 성패를 가른다. 좋은 프롬프트는 요구 사항과 제약, 성공 기준과 실패 기준을 함께 담을 수 있어 좋은 답을 얻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AI 공동연구자는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의 큰 정보와 데이터 기반으로 가설, 설계, 실험 디자인을 가능하게 해주고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분석도 가능하게 해준다. 훌륭한 AI 공동연구자는 좋은 파운데이션 모델도 중요하지만 같이 연구하는 인간 연구자가 질문을 예리하게 하고 가설을 넓게 던지며 실패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도록 디자인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간 연구자와 AI 공동연구자와의 협업은 과학기술의 경쟁력을 갖춤에 있어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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